화합을 이끄는 따뜻한 손길
화합을 이끄는 따뜻한 손길
  • 승인 2016.03.29 12:53
  • 호수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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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웅크리게 되는 손을 활짝 편다. 그리곤 평소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손바닥을 자세히 살펴본다. 매끈하게 빠진 손등과는 달리 쭈글쭈글하고 울퉁불퉁한 모습. 곳곳에 박힌 굳은살과 손금, 지문이 어지럽다.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주먹을 쥐는 것도 이 때문일까. 볼수록 이 정도로 못생겼었나 싶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본다.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은 ‘인사’다. 그 인사라는 것엔 항상 손을 흔드는 몸짓이 동반되는데, 이때 상대방에게 본의 아니게 손바닥을 보이게 된다. 친구와 손을 맞잡을 때도, 하이파이브나 악수를 할 때도 우리는 모두 못생긴 손바닥을 사용한다. 예쁜 손등이 아니라.
 

◇ 이쯤 되면 예쁜 손등이 무능하게 보인다. 쓸데없이 잘 빠지기만 해서 손바닥의 노고를 가리기 때문. 한 번 뒤집기만 하면 이토록 다른 모습이라니, 분명 같은 손인데 말이다. 문득 우리가 보통 인식하고 있는 사건과 사물, 사람의 모습 또한 이처럼 단편적인 모습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이의 손은 그저 예쁘고 가꿔야 할 신체의 일부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궂은일을 도맡아서 하는 투박한 일꾼일 수도 있다.
 

◇ 사회가 흉흉하다. 갈수록 기상천외한 범죄로 들끓는 한국사회를 볼 때마다 통탄하게 된다. 물질적인 풍요가 정신적 빈곤을 가져오는 걸까. 아동학대 사건의 절반 이상이 부모와 자식 간에 이뤄진다는 뉴스를 접했을 땐 섬뜩하기까지 했다. 그 원인은 불통이다. 각자 살기 바쁜 사람들이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 동생과 싸울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멘트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라는 외침이 공허하다.
 

◇ 그렇다. 우리는 같은 세상 속 극명하게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뒤집기만 하면 한 끗 차이건만 손등은 손바닥을, 손바닥은 손등을 마주 보려 하지 않는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고사성어는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이러한 불통 때문에 애꿎은 손톱에 때가 끼고 마음엔 멍이 든다. 손목의 주름까지 깊어져만 간다.
 

못생긴 손바닥을 습관적으로 웅크리는 것처럼, 빈부 격차와 같은 사회의 이면들을 우리는 애써 외면한다. 손바닥 속만 들여다보는 사람 또한 손등 나름의 고충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다. 도무지 딱 집어서 잘잘못을 따질 수가 없다. 그저 답답할 뿐.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악수…. 바로 손바닥과 손등이 어우러진 화해의 악수에서 나는 희망을 엿본다. 악수와 손깍지, 새끼손가락 걸고 하는 약속 또한 마찬가지다. 자, 이젠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빨리 손을 씻고 타인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보자. 화해와 어우러짐 속에서 보다 밝은 내일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眉>

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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