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리학 23. 생리심리학
당신의 심리학 23. 생리심리학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3.29 13:40
  • 호수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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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곧 마음이자 나 자신이다
▲ 출처 : blog.daum.net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뜨악하게 하는 수업을 꼽으라면 바로 ‘생리심리학’과 ‘심리통계’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심리학 전공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사회과학대(혹은 문과대)에 속해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심리학 전공자들은 수학과 과학을 등한시하거나 싫어하는 문과 출신인 경우가 많다. 당연히 생물학과 수학을 떠올리게 하는 이 수업(분야)은 많은 심리학 전공자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하지만 과학을 지향하는 심리학에서 이 두 분야는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가설을 세우고 자료를 모아 검증하기 위하여 통계는 필수적이며, 인간의 뇌만큼 마음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정확한 증거를 제공하는 것은 없기에 생물학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심리학 개론서를 보든지 인간의 뇌와 뇌세포를 다루는 생리심리는 다른 분야보다 앞쪽에 있다.

생리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함에 있어 생물학의 접근을 사용한다. 하지만 생물학이나 생리학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계와 내분비계(호르몬), 유전 등을 다룬다. 이 중에서도 신경계가 자치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뇌를 중심으로 온몸에 뻗어있는 신경세포들의 작용이 바로 우리의 마음과 행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심리학은 뇌가 곧 마음이라는 주장을 한다.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간혹 길에서 허공을 바라보고 혼자 이야기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사실 이들은 환청을 경험하고 있어서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사실 듣는다는 것은 귀의 작용이라기보다는 뇌의 작용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귀는 공기 중의 파장을 받아들이는 통로일 뿐이다. 그 안에 있는 여러 기관과 세포들이 파장을 신경 신호로 변화시켜서 뇌로 보내야 우리는 비로소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청각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위가 이상 활동을 하게 되면, 외부의 소리가 없어도 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를 비롯한 많은 SF 영화는 인간의 신경계를 전기신호로 자극해 가상현실을 경험하게끔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물론 아직은 과학기술의 부족한 발전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해질 것이라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당신 자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확히 말한다면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뇌가 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뇌인가? 아니면 당신의 뇌가 당신인가? 당신은 뇌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실제로는 뇌가 당신을 소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 덕에 우리는 사고나 질병으로 손상된 장기를 타인으로부터 이식받기도 한다. 이렇게 해도 ‘나’라는 정체감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뇌를 바꾸면 어떨까? 뇌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식받아도 여전히 나는 나일까? 그렇지 않다. 뇌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꾼다면, 나는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인 것이다. 그 이유는 ‘나’라는 정체감과 판단과 사고의 주체가 바로 뇌이기 때문이다.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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