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직장생활
여성의 직장생활
  • 김아람 기자
  • 승인 2016.03.29 13:43
  • 호수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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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1 : 깨질 기미 없는 견고한 ‘유리천장’

2016년도 사회면 신설 코너 ‘화요시선’에선, 문제시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을 기자가 직접 창작해 재구성한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되는 사연을 읽으면, 해당 이슈를 더욱 다각화된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 출처: blog.unikorea.go.kr

● [View] 직장여성 A씨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어릴 때부터 또래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골목대장 노릇을 했다. 학창시절 내내 임원직을 도맡았고, 매번 어른들에게 칭찬받는 학생이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고향에 있는 한 중견 주류업체에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막 사원증을 목에 걸었을 때까지만 해도 ‘내 인생에 걸림돌이란 없지, 탄탄대로구나! 열심히 해서 커리어우먼으로 인정받자’라는 생각이었다.
자존심을 눌러라, 고분해라, 상냥해라, 나서면 꼴불견. 귀여운 여자가 되려면, 사랑받는 여직원이 되려면, 돌아서선 쓸개를 씹을지언정 양순해라. 웃어라, 알아도 모른 척, 백치미 넘치게, 똑똑하면 꼴불견, 사무실의 꽃으로 남아라.
안혜경의 <커피 카피 아가씨>라는 곡이다. 분명 디자이너로 입사했건만 말단 여사원이 처음에 하는 일이라곤 서류 복사, 커피 타기, 거래처 직원 접대하기 등의 허드렛일이 전부. 고작 이런 일을 하려고, ‘사무실의 꽃’ 같은 존재가 되려고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왔나. 그간 노력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린 것만 같아 비참하다.
약 한 달여가 지나서야 본격적인 업무가 주어져 이 악물고 일했다. “여자가 그렇지 뭐”, 이 말이 죽기보다 듣기 싫었다. 야근을 자처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없는 일까지 찾아가며 나서서 했다. 그 결과 입사 4년 만에 우수 사원으로 상도 받고 주임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우리 회사에서 여사원이 주임까지 승진하는 경우는 없었어, 대단해” 팀장님이 어깨를 두드리며 건넨 한 마디. ‘최초’라니 기뻐해야 하나, ‘여사원 최초’라니 어이없어해야 하나. 그래도 어쨌든 행복했다, 그 순간만큼은.
승진한지 딱 4개월 후, 오래 교제한 남자친구와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 들뜬 마음으로 회사에 청첩장을 돌리자 팀장님은 “A씨 결혼해?”라며 사뭇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 “네 결혼하죠! 저 결혼 못 할 줄 아셨나보다”라고 유머러스하게 받아쳤지만, 팀장님의 표정은 싸늘했다. “그럼 회사는 어떻게 하려고?” “어떻게 하긴요, 계속 다녀야죠!” “허 참…”
그리고 퇴사압박이 시작됐다. 부사장님까지 “우리 회사에선 여사원이 결혼하고 근무한 선례가 없네, 예전부터 그랬어”라며 퇴사를 권유했다. 팀장님은 “결혼해서 애라도 낳아봐, 우울증 걸려서 화장실에서 울기나 하지”라는 언사까지 서슴없이 내뱉었다.
우리 회사 창업주는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신조를 항상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 ‘사람’에서 결혼한 여사원은 예외로 두나보다. 여성은 결혼하는 그 순간부터 회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걸까,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유리천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제용어인 ‘유리천장’. 이는 남성에 못지않은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에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OECD 평균인 56점의 절반도 되지 않는 25점을 기록함으로써 꼴찌를 차지했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과 함께 20점대 점수를 기록한 나라는 터키(27.2점)와 일본(28.8점) 두 나라뿐이다.
한국은 어쩌다가 OECD 국가 중 유리천장이 가장 높고 견고한 나라가 됐을까. 첫째, 여성을 동등한 사회구성원, 노동자로 보지 않는 사회풍토 때문이다. 상당수 기업은 남성과 여성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을 다르게 두고 있으며, 여성을 핵심 업무가 아닌 지원 업무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육아를 여성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다. 이런 인식은 남성은 물론, 여성 스스로도 육아가 자신의 몫이라고 여길 정도로 우리 사회에 오랜 시간 동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이런 유리천장 현상이 오래된 여성 차별적 행태이지만, 최근 많은 부분에서 좋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지난 2012년 1천790명에서 지난해 4천872명으로 3년 만에 2.7배 늘었다. 또한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기업에 주어지는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 수도 같은 기간 253개소에서 1천363개소로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면서도 좀처럼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와 주무부처의 노력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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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ingU_ara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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