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호 시인 : 시문학에 감동과 재치를 더하다
최대호 시인 : 시문학에 감동과 재치를 더하다
  • 이시은 기자
  • 승인 2016.03.29 17:05
  • 호수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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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시집』 저자 최대호 시인

금주의 사람

문학계에 새롭게 떠오른 ‘SNS 시’를 파헤치다

 

당신에게 ‘시’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동경의 대상’이겠지만, 다른 이에게는 지루하고, 재미없고, 다가가기 어려운 글일 수도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요즘에는 시의 무거움은 한 층 덜고, 감동과 재치를 가미한 ‘SNS 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독자와의 소통을 통한 끊임없는 피드백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다지고 있는 『읽어보시집』의 저자 최대호 시인을 만나봤다. <관련기사 6면>

 

Prologue.

‘라이트 노벨’, ‘SNS 시’ 같이 과거와는 다른 현대 시대상을 반영한 문학 작품들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어려운 작품을 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은 신선했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이례적인 소통 방식 속에 등장한 ‘SNS 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자 시인들의 인기 역시 연예인 못지않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서툰 글씨체에서 묻어나는 진솔함과 매력적인 반전으로 주목받는 열풍의 주역, 최대호 시인이다.

“시를 배워본 적도 없고, 쓰게 될 줄도 몰랐어요.” 대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썼던 시가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작가로서의 삶이 시작됐다며 운을 뗐던 최대호 시인. 그는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주변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시를 연재하기 바빴다. 하지만 이윽고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읽어보시집’, ‘이 시봐라’를 출간하며 최 시인은 유명 시인 대열에 오르게 된다. 요즘 SNS 외에도 강연, 만나보시집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받은 사랑을 나눠 주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는 그를 지난달 12일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명 시인이기 이전에 ‘어떤 생각을 품은 사람인지’ 들어봤다.

 

▶꿈이 시인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본래 꿈은 무엇이었는가.

어린 마음에 한 때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중학생 이후 수학 공부를 하지 않아 꿈을 접었는데 뒤늦게 후회가 많이 됐다. 요즘 드는 생각은 도중에 바뀌어도 괜찮으니 ‘꿈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참 소중한 것 같다. ‘만나보시집 프로젝트’를 통해 꽤 많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 때마다 꿈을 가지라는 말을 꼭 전한다.

 

▶어떻게 유명 SNS 시인의 길을 걷게 됐는가.

시기적으로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SNS 1세대 시인 ‘하상욱’이 막 뜨기 시작하면서 다른 SNS 시인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던 때였다. 지금이야 뚜렷한 개성을 뽐내는 시인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당시에는 초창기였기에 더욱 주목받을 수 있었다. 또 인스타그램이 막 시작될 때였던 2014년 1월부터 인스타그램에 자작시를 올렸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얼굴을 모르는 누군가의 시를 감상하고, SNS상에서 즉각적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웠을 것이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딱 맞아떨어졌던 걸 보면 유명 시인이 되기까지의 운이 꽤나 좋았던 것 같다.

 

▶유독 연애에 관한 자작 시가 많다. 여자를 잘 아는 것 같다.

연애를 많이 한 편은 아니기에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만은 아니다.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동생은 행동이 조금 남성스러운 반면, 나는 여성스러워서 연애에 관한 시를 쓸 때 동생에게 조언을 많이 얻는다. 여자를 아예 몰랐다면 시 자체를 못 쓰지 않았을까. 정작 스스로 연애를 시작하면 초보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기억에 남는 대학시절 연애담이 있다면.

누군가가 나를 먼저 좋아하기보다 내가 항상 누군가를 먼저 좋아했다. 편하게 다가가는 편이어서인지 가까이 있는 사람과 잘 이어졌던 기억도 거의 없다. 먼저 좋아하는 것이야 상관은 없지만 필리핀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을 때 한 여학생이 나를 먼저 좋아해줘서 잘됐던 경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읽어보시집』을 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다.

시집을 내기 전에 개인적으로 시집을 냈는데 아버지의 반대가 있었다. 처음 시집을 내려던 당시에는 취준생이었기에 “취업 준비를 하라”고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다. 아버지께 “인생의 목표가 취업이 아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친 뒤 결국 책을 냈는데, 만족스럽지 못했다. 정식적으로 책을 낸 『읽어보시집』은 출판사로부터 제안이 와서 출간할 수 있었고 베스트셀러에도 올라 기뻤다.

 

▲ 사진 : ※출처 : 최대호 시인 인스타그램

▶‘시 쓰기 참 잘했다’ 느낀 순간이 있다면.

한 번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생각’이라는 시를 저장해두고 매일 본 뒤로 계속 일이 잘 풀려서 고맙다는 메시지였다. 한 사람만을 위로하기 위해 쓴 글은 아니었지만 타인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시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가슴 벅찼다.

 

▶공감되는 시를 쓰는 본인만의 비결은.

소재가 떠오르면 항상 핸드폰에 적어둔다. 사소한 내용까지도 적어뒀다가 골라서 내용을 이끌어 내고 제목을 짓는 편이다. 보통 저녁이나 잠들기 직전에 SNS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주로 이 때 게재하고, 소통한다.

 

▶SNS 시만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먼발치에 있는 사람들까지 작품에 대한 감정 표현을 바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응을 곧바로 보이면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빠른 피드백이 이루어 질 수 있고, 독자들과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다. 물론 ‘SNS 시’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가볍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시를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볍다고 비난한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SNS를 통한 창작시 역시 글 솜씨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 사진 : ※출처 : 최대호 시인 인스타그램

▶얼마 전 열린 ‘SNS 시인대전’을 다녀온 소감은.

전에도 전시회나 강연을 몇 번 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렸던 행사라서 더욱 뜻 깊었다. 자문위원으로 참석해 행사를 직접 꾸밀 수 있었던 것도 큰 영광이었다. 한편 많은 독자들이 ‘작가는 실제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 하는 점을 고려해, 행사 당일 시인들의 초청 강연도 병행했다. 온라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가 문학적으로 한 층 더 인정받을 수 있었던 기회여서 내심 뿌듯했다.

 

▶‘제 2의 최대호’를 꿈꾸는 시인 지망생이 찾아온다면 해주고 싶은 조언은.

SNS라는 공간은 나만 공감되는 이야기를 써서 올리면 감성 글에 그치고 만다. 누가 보아도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이야기를 재치 있게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소재를 찾을 때도 심각하게 고민하기보다 순간을 캐치해서 공감되게 풀어내는 편이다.

 

▶올해 마지막 20대다. 30대가 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일이나 돈, 물질적인 부분은 넉넉하면 좋지만 부족하면 그런대로 열심히 살면 된다. 30대가 되기 전에 지금보다 좀 더 성숙해지고 싶다.

 

▶인터뷰 주제인 ‘자주’와 관련해서, 최대호 시인만의 인생관은 어떻게 되나.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다소 이기적이게 보일 수도 있어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만나보시집 프로젝트’를 다니다 보면 부모님이나 주변 상황과 자신의 뜻이 달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또한 누구보다 충분히 공감하지만 부모님이나 가족, 친구, 애인보다도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즐거워야 부모님께 효도도 할 수 있고, 친구들도 보고 싶은 것이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

 

▶끝으로, 본인의 시 중에서 단국대 학생들과 나누고픈 시를 소개해 달라.

요즘은 대학생들도 많이 힘든 것 같다. 그들에게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안 좋은 일은/바람처럼 스쳐가고/

좋은 일은/햇살처럼 스며들길

 

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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