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 단대카피 한순석 대표
특별인터뷰 | 단대카피 한순석 대표
  • 윤영빈 기자
  • 승인 2016.04.05 17:34
  • 호수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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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소 사장님보단 친구가 되고 싶어요”


우리 대학 캠퍼스가 한남에서 죽전으로 이전해 자리 잡은 지 어느덧 10년 차. 2007년부터 그 역사를 함께한 학교 앞 점포들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 캠퍼스 이전과 함께 학교 곁에서 인쇄업을 해온 ‘단대카피’의 한순석(56) 대표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필자 주>


요란한 프린터 소리가 끊이지 않는 지하. 그 속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 한순석 씨는 인터뷰를 진행할 동안 마실 음료를 내밀자 “다음에 또 이런거 사오면 인터뷰 안 할 거예요”라며 장난스럽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죽전캠퍼스로 이전했을 당시 퇴직금과 전 재산을 모아 인쇄업을 시작한 한 씨는 6년간 학내에서 복사점을 운영하다 학교 앞 상권으로 내려왔다. “다시 한 번 학교에 올라가 인쇄업을 하는 게 작은 꿈”이라는 그에게서 인쇄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엿보였다.


“단국대와의 인연은 아버지로부터 시작됐습니다”라며 본격적으로 운을 뗀 한 씨. 그는 대기업에서 10여년간 근무를 하다 퇴직 후 인쇄업에 뛰어들었다. 우리 대학에서 인쇄업을 시작한 이유는 지인의 권유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단국대 1회 졸업생이라는 인연이 작용했다.


하지만 학내 복사점의 계약 만료 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을 당시 청천벽력 같은 아내의 암 진단 소식을 전달받았다. 한 씨는 “학교 밖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줄지에 대한 불안함에 아내의 투병까지 겹쳐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아내가 완치돼 회복하고 있는 상태란다. 그는 “당시 많은 학생이 인연을 잊지 않고 가게를 찾아줘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 씨는 전날 일이 아무리 늦게 끝나도 매일 아침 8시 30분에 단대카피의 문을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유를 묻자 “이른 아침 시간에 교내 복사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몸은 피곤하지만, 학생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에게 학교에 다니는 동안 무료로 복사를 해줬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한 씨는, 그 학생이 졸업식 때 주고 간 캔커피를 마시지 않고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캔커피에 붙은 쪽지에는 ‘아저씨 덕분에 무거웠던 4년 동안의 마음을 훈훈하게 풀 수 있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지금도 집이 먼 학생 한명에게 복사점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한 씨. “학업에 열중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학생을 보면 자식 같아 도와주고 싶다”며 따뜻함을 전했다.


근무할 때 가장 좋은 점으로는 망설임 없이 ‘학생들과의 교감’을 꼽았다. “학생들은 나를 필요로 하고, 나도 젊음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것 아니냐”며 호탕하게 웃는 모습에서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끝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성적도 중요하지만, 학생 신분일 때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 나중에 어려운 시기를 쉬이 이겨낼 수 있는 ‘종합보험’이 될 것”이라며 진심 어린 격려를 전했다.
 

윤영빈 기자
윤영빈 기자

 3212252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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