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잘 보고 싶습니까?
시험 잘 보고 싶습니까?
  • 김지훈(문예창작) 교수
  • 승인 2016.04.05 22:20
  • 호수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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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사자와 곰과 늑대가 여러분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천 길 낭떠러지입니다. 그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필자가 이 질문을 하는 까닭은 상황 파악과 문제해결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대학사회는 학습한 내용을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그간의 노력과 실력을 가늠한다. 물론 대학사회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시험이 치러지는 일은 오래된 관습이다. 앞서 질문한 내용은 모 회사에서 신입사원 면접시험 때 면접관들이 한 질문이다. 자신의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다소 황당한 질문을 받은 여러분들은 실로 당황스럽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문제의 답은 없다. 여러분이라면 과연 어떤 답을 했을까?


지금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교육에서부터 창의력을 표방하는 수행평가의 잣대에 길든 세대들이다. 하지만 수행평가에서 창의력을 평가하는 교사의 수도 부족하고, 그 잣대는 마냥 창의력을 발휘할만한 여유가 없는 구조다. 어쩔 수 없이 정답 아닌 정답의 틀 속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답을 구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자칫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글로 표현했다가 꾸지람을 듣거나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우리는 겸손과 견딤의 뿌리 속에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남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체성 없는 답을 말하기 일쑤다.


우리가 대학교육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문제형식은 서술형이다. 평소에 글쓰기 연습을 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서술형 문제가 출제되면 기본정서법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방대한 분량의 교재를 통째로 외워 칸을 채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


서술형 답안은 평소에 글쓰기 연습이 전제돼야 한다. 일기도 좋고 메모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살을 덧붙여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방법도 괜찮다.


특히 학문 목적의 과제나 시험은 전자와 더불어 전문서적과 논문을 참고할 것을 권유한다. 교수자의 입장에서 학습자의 참고자료 활용의 적절성은 그 사람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되며, 학습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논지를 전개한 것은 학습자의 논리력과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여러분, 학문에 매진하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정답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입니까? 아닙니다. 여러분은 기존의 것을 답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보다 더 나은 희망을 찾기 위해 시험을 보는 것이다. 시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답이나 요행이 아니라, ‘창의성을 통한 효율성 찾기’다.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김지훈(문예창작) 교수
김지훈(문예창작)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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