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도 쉴 권리가 있다
영혼도 쉴 권리가 있다
  • 승인 2016.04.06 10:05
  • 호수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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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무언가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자기 자신 본연의 모습을 잃게 되는 순간을 마주한다. 대표적인 예로 ‘메소드 연기’가 있다. 배우가 극중 인물의 삶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표방함으로서 마치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치는 것. 이는 배우에게 일종의 빙의 현상을 일으켜서, 대본이 아닌 배우 내면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극에 녹는다. 대신 일상생활에서도 배우는 본연의 자아가 아닌 극중 인물의 생각을 따라가게 되는 혼란을 겪게 된다.


혼란의 정도가 심하면 필히 정신과 의사와 병행해야 한다. 실제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조니 뎁 같은 유명 할리우드배우들은, 작품에서 일상으로 돌아올 때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다. 몇 개월 동안 극중 인물에 몰입했던 그들에겐 “작품이 끝났으니 다시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와라”와 같은 각성의 메시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조커 역할을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소화했던 배우 히스레저…. 약물중독이었던 그의 사인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이 모두 ‘역할 과다몰입’과 맞물려 있었다.
 

◇비단 연기자한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일반인 역시 본인의 위치나 맡은 역할에 따라 성격이 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데, 지나치게 심취하면 독이 된다. 일중독도 메소드 연기처럼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
 

◇돌이켜보면, 맡은 역할에 혼신을 쏟는 건 그저 ‘잘 하고 싶은’ 순수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태도다. 어쩌면 몰입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다. 업무에 대한 시간투자와 헌신은 곧 성과로 직결된다. 디카프리오와 조니 뎁은 엄청난 부를, 일중독자는 실적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하지만 진리는 얻는 만큼 잃는다는 것. 겉보기엔 화려한 그들의 이면엔 건강악화, 만성피로, 스트레스가 늘어난다.
 

◇하루의 24시간은 신기하게도 각 8시간씩 3등분으로 똑 떨어진다. 이는 일과 일상을 쉽사리 분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할 수 있도록 신이 마련한 장치다. 8시간은 수면으로, 8시간은 업무로, 남은 8시간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채우자. 이를 잘 지키기만 해도 ‘폐인’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옆에서 좋은 말을 떠들어대도, 막상 역할이 주어지고 일이 쌓이면 또다시 삶에 치일 것이다. 여유보단 몰입을 선택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니 말릴 순 없다. 그러나 그 속에 빠져 자아를 잃게 된다면 잠시 한 템포를 쉬고 8-8-8의 법칙을 곱씹길 추천한다. 나또한 뒤늦게 깨달았지만, 자신을 희생하고 혹사시켜가면서까지 이뤄야 할 일은 없었다. 독립투사가 아닌 이상 말이다. 그러니 영혼을 바쳐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좀 쉬어라.
                                        <眉>

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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