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에 부는 여풍(女風)을 맞을 채비를 하자
이공계에 부는 여풍(女風)을 맞을 채비를 하자
  • 이영선 기자
  • 승인 2016.05.03 12:05
  • 호수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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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당당(女風堂堂)’.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며 그 기세가 두드러짐을 이르는 말이다. 여풍은 정치, 금융, 교육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여성 리더가 나날이 증가하며, 남성 고유의 영역처럼 보였던 사관학교의 수석 입·졸업 또한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이 바람은 대학가에도 불어 닥쳤다. 지난해 입시교육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공학계열 여학생이 9만명을 넘어서며 40년 전보다 600배 가량 증가했다.


물론 여전히 이공계열에는 남학생이 더 많지만, 여학생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학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이 이른바 ‘여신’ 대우를 받으며 ‘공대아름’이라고 불렸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고, ‘공대 나온 여자’라며 유별나게 볼 것도 없는 시대가 왔다. 공대 나온 여자연예인들을 특별하게 조명하는 기사들이 어색할 정도다.


우리 대학 천안캠퍼스의 자연과학대학과 융합기술대학만 해도 여학생이 약 43%를 차지한다. 기자가 속한 식품공학과의 경우 남학생 62명, 여학생 116명으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약 두배 가량 많다.


이공계열에 진학한 여학생이라면 한 번쯤 “남자애들한테 밀리지 않겠냐”는 걱정 어린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기자 역시 고등학교 재학 시절 자주 들었던 말이고, 내심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함께 이공계열을 선택한 친구들과 잘해보자며 서로를 격려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주위의 시선과 불안함 속에서도 많은 여학생이 이공계열을 택하고 있는 현상은, 취업난의 여파와 교육 분야에서 성별의 벽이 허물어진 결과다. 이를 통해 남성 인력만으로 해결이 어려웠던 이공계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보인다.


본지의 보도 1면에선 우리 대학 천안캠퍼스의 여자화장실 부족 문제에 대해 취재했다. 제1·2과학관이 지어진 70년대와 80년대 캠퍼스에는 상대적으로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많았다. 때문에 당시 건물을 설계할 때 남자화장실이 많이 구획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여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희경(식품공·2) 씨는 “이공계열에서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이 크게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과 공학 분야 고위직에 여성이 적은 이유는 남성과 여성의 선천적 차이 때문’이라는 발언으로 하버드대학교 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로렌스 서머스의 사례도 있다”며 이공계열 여학생들을 응원했다.


한편, 지난 2007년 건축된 죽전캠퍼스의 제1·2·3공학관은 남학생이 더 많이 이용하는 건물임에도 남녀화장실 수의 차이가 없다. 천안캠퍼스 역시 이에 발맞춰 발 빠른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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