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묻어난 소박한 글로 청춘을 위로하다

■ 소설가 하유지(문예창작·06졸) 동문-창학이념 : 자립(自立) 이영선 기자l승인2016.05.03l수정2016.05.03 12:21l1409호 6면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이제는 세상을 버티지만 말고 느껴도 보기를, 나 또한 그렇기를……’
(『집 떠나 집』 中)


“방황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

길어진 경기침체기와 청년들을 옭아매는 취업전쟁으로 인해 독서인구비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특히 소설분야의 판매 감소율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꿋꿋이 자신의 글을 쓰는 젊은 소설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독서 외에도 할 일이 많아진 시대의 흐름 아니겠냐”며 담담하게 답하는 『집 떠나 집』의 저자 하유지(문예창작·06졸) 씨의 모습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한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며 고뇌하는 소설가. 이야말로 스스로 일어나는 ‘자립’이 아닐까. 소설가를 꿈꾸는 문학소녀에서부터,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편집자까지 평범한 삶을 살다 다시 꿈에 도전장을 내민 그녀. 이제 소설가로서 첫걸음을 뗀 그녀는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과 무척 닮아 보였다.
청년을 소재로 한 소설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그녀가 생각하는 청년이란 무엇이며, 또래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들어보자.

▶최근 들어 소설의 판매율이 떨어지고 있다.
문학의 위기, 곧 문학이 죽었다는 말은 90년대 후반부터 계속 나왔다. 지금의 상황은 시대의 흐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소설가를 꿈꿨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지만, 뜻이 없는 사람들한테 독서를 강요할 이유는 없다. 다만 적어도 독서가 하찮은 것은 아니라고 말해두고 싶다.
소설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위로가 될 수 있고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기쁨이 분명 존재한다. 기회가 있을 때 책 한 권을 읽는 것. 문학 작품을 읽고 감동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 다르다.

 

▶평소 어떤 장르의 책을 선호하는지.
쉽고 잔잔한 소설을 좋아한다. 시문학도 즐겨 읽는다. 시는 의미가 함축돼 어렵지만 감동을 전달한다. 시는 언어예술의 정점으로, 굳이 이해를 하지 않아도 느낌이 와 닿는다.
청년들에게는 황인숙 시인의 시집을 추천하고 싶다. 그의 여러 시집 속에 한 편 정도는 마음에 드는 시가 있을 것이다. 각박하게 사는 중에도 시집 한 권 읽을 정도의 여유를 갖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한경 청년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설 『집 떠나 집』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주인공 ‘동미’는 회사를 그만둔 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재취업마저 실패한다. 집에서 구박을 받다 결국 가출까지 하게 되고 ‘모퉁이’라는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동미는 ‘내가 그렇게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성장하게 된다. 소설의 말미에는 여러 인물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소설의 주인공을 청년으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작가가 생각하는 청년이란.
동미는 스물아홉 살이다. 이 나이는 어른이 됐다고 하기는 힘든, 청춘의 끄트머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막 그 시기를 지나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청년이 곧 청춘을 의미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의 청년이란 아름답지만은 않은 힘든 시기를 말하는 것 같아 아쉽다.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교훈은 무엇인가.
나의 20대는 감정기복이 심한 예민했던 시기였다. 30대가 되고나니 ‘나는 뭐하고 있나’라는 고민이 많아 힘들었다.
살아보니 인생이란 참 힘든 것 같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소설을 읽고 위로받길 바란다. 『집 떠나 집』의 동미를 자기 자신처럼 느끼고 즐거워하면 좋겠고, ‘저 인물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길 바란다.

 

▶소설을 쓰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나.
작품을 보는 눈이 높다보니 내 작품이 성에 안차는 것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버팀목이 됐다.
마음속으로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는 소설을 쓴다’고 계속 되뇌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유명한 작가들이 겪은 고난들을 보고 나면 ‘신인작가가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에 힘이 났다.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남편의 응원이었다. 남편은 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너만의 능력이 있을 거라 믿는다”며 일등 지원군이 돼줬다.

 

▶소설을 쓸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만 있으니 게을러졌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이나 커피숍에 가서 글을 쓰곤 했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런 표정을 가졌을까’, ‘저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하고 상상을 했다.
이 같은 발상이 곧 자극이 됐다. 실제로 『집 떠나 집』에 등장하는 찻집 ‘모퉁이’는 평소 즐겨 다니던 커피숍이 모티브가 됐다.

 

▶한 인터뷰에서 ‘진실한 문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본인에게 진실한 문장이란.
헤밍웨이는 ‘오로지 당신이 해야 할 것은 하나의 진실한 문장을 쓰는 것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을 쓰도록 하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감동 받아 그때부터 ‘진실한 문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진실한 문장이란 나의 화두이며 좌우명이다.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꾸며내지 않고 정말 공감하며 쓴 문장, 경험이 묻어나는 문장이 진실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작할 때 설정과 기법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어서, 진실한 문장을 쓰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우리 대학의 창학이념(구국, 자주, 자립) 중 자립을 실현한 사람으로 생각된다. 자립이란 무엇이라고 생각는가.
첫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 또는 그것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 둘째는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 셋째는 그에 대한 결과가 좋든 나쁘든 감당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취업에 실패했다면 다시 도전해본다든지 다른 것을 꿈꾼다든지 방황을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자세다.

 

▶자립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 본인의 희생은 어떤 것이었나.
희생까지는 아니지만 소설을 쓰다 보니 수입이 적어졌다. 또 번듯한 사회적 위치가 아니다 보니 씁쓸해질 때가 있다. 말이 프리랜서이지 반 백수였기 때문이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서 초라하게 느껴지곤 했다.

 

▶끝으로 인터뷰를 접할 우리 대학 재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학시절, 집과 학교만 오고가 대학생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늘 할 말이 없다. 대학생 때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심히 논 것도 아니었다. 대학 시절을 회사 20년 다닌 사람처럼 보냈다고 해야 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내 순수함의 마지막 시기였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준비나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데, 늘 그렇게 준비하며 사는 것이 안타깝다. 그 시기는 다시 오지 않으니 때로는 마냥 뒹굴 거리며 자신을 느껴보고 지하철에 멍하니 앉아 사람구경을 하기도 하며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다.


이영선 기자  32153352@dankook.ac.kr
<저작권자 © 단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영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단대신문 소개디보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126번지  |  Tel : 031-8005-2423~4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산29번지 Tel : 041-550-1655
발행인:장호성  |  주간:강내원  |  미디어총괄팀장:정진형  |  미디어총괄간사:박광현  |  미디어총괄편집장:양성래  |  편집장:김태희  |  청소년보호책임자:김태희
Copyright © 2017 단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