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대사를 만나다 4. 주한 핀란드 대사 ‘마띠 헤이모넨’
북유럽 대사를 만나다 4. 주한 핀란드 대사 ‘마띠 헤이모넨’
  • 권혜진·윤영빈 기자
  • 승인 2016.05.03 21:35
  • 호수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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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국민의식과 자연 사랑으로 사회의 미래를 밝히다”

숲과 호수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핀란드. 이 나라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선 자연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서늘한 바람이 살랑거리며 찾아온 고즈넉한 오후, 지는 석양과 조화를 이루는 넓고 푸른 숲과 헤아릴 수 없는 호수가 눈앞에 펼쳐지면 누구나 그 아름다움에 금세 매료된다. 핀란드인은 이렇듯 자연과 늘 가까이 있고, 자연을 사랑한다.

10여년 전 ‘휘바휘바~!’라는 구호를 흥얼거리게 했던 자일리톨 껌의 재료인 자작나무 역시 핀란드의 숲에서 생산됐다. 또한 핀란드는 어린 시절 소중한 동심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산타할아버지의 나라로도 알려져 있다. 이처럼 ‘가보고 싶은 나라’, ‘깨끗한 나라’, ‘순수한 나라’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오늘날 핀란드는 교육 국가, 성공적인 복지국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훌륭한 관광산업국가의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화창한 봄날, 설레는 발걸음으로 향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부근의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서 마띠 헤이모넨 대사(이하 대사)와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필자 주>


■ 주변 강대국의 압박을 버텨낸 근성의 국가

핀란드는 중세 이래 독립국이 되기까지 주변강국인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으며, 독립 후에도 제2차 세계대전 중 두 차례나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야 했다.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최초로 화염병을 만든 국가로 알려질 정도로 많은 시련이 있었다. 또한 과거 핀란드에서 ‘가난’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핀란드가 오늘날 선진복지국가에 이르기까지는 구성원 하나하나의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다른 북유럽 국가보다 비교적 큰 전쟁의 고통을 겪었기에, 핀란드는 경제 근대화의 출발시기가 조금 늦다. 때문에 보다 튼튼한 국가를 만들어야겠다는 핀란드 시민들의 의지가 강하게 자리 잡았고, 자연스럽게 ‘평등’과 ‘유대감’이라는 국민의식이 생겼다.

대사는 “주변강국의 지배와 전쟁 등 각종 어려움을 겪었기에, 핀란드 국민은 시련이 닥쳤을 때 극복하려는 의지와 어려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적극성을 갖게 됐다. 이로 인해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생길 수 있었다”고 답했다.

■ 교사 존중과 자주적 학습자세가 일궈낸 훌륭한 교육제도

핀란드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교육철학을 실천한다. 초·중·고등교육, 직업교육, 대학과 대학원 교육까지 모두 무상으로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직업교육을 받다가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국가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특별히 강요하지 않지만, 핀란드는 교육 성취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추구하는 교육방식은 암기주입식 노예교육이 아닌 자유로운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교육제도에 대한 핀란드 시민들의 자부심 또한 상당하다. 대사는 “성공적인 교육제도의 요인 중 하나는 교사에 대한 존중이다. 핀란드에서 교사는 매우 높게 존경받고 있으며 많은 학생의 희망 직업이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핀란드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학생 역시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매우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교육 자세를 갖추고 있다. 또한 핀란드 국민은 모두가 특정 교육수준만 갖춘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목표와 희망을 품는다.

대사는 “항상 최상의 교육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가기 위해선 교사들 또한 새로운 교육 방식과 사회수준에 적응해야 해서, 각종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듯 핀란드의 교육도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고민을 거듭한다. 대사는 “예전에 비해 요즘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교육적으로 우세하며 높은 경쟁심을 보인다. 때문에 남학생도 잠재력을 발휘하고 적극성을 보일 수 있는 교육 시스템과 진로를 찾아내려 노력중이다”고 전했다.

 ■ 성 평등과 다양한 복지제도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다

최근 몇몇 학자는 북유럽 국가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종교적인 이유와 프로테스탄트적인 문화요소를 손꼽는다. 과거부터 북유럽 국가에는 착취당하는 노동력이 없었고, 대부분 독자적이고 자유로운 소작농들로 이뤄졌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믿음과 책임감이 형성될 수 있었다.

오늘날 사회전반에 일반화된 성 평등과 선진복지정책에서 이러한 역사가 잘 드러난다. 핀란드 정부에는 여성의원들이 상당히 큰 비율을 차지한다. 의원축소로 인해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40% 이상은 여성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대사는 “핀란드에서는 이제 더 이상 여자로서 갖는 한계가 없다는 상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사회에서는 여직원이 출산하면 육아휴직 기간을 갖고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것이 당연시된다. 여성 정치인과 장관 또한 아이를 갖기 위해 휴가를 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핀란드의 출산율도 꽤 높은 편이다.

대학생들을 위한 복지제도 또한 잘 갖춰져 있다. 대사는 “개인적으로 대학 시절 의료 서비스가 잘 마련돼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현재 유학생들을 위한 교육 지원도 국가에서 준비 중이다. 아직은 계획 단계지만 한국 학생들도 핀란드에서 공부를 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 지형관광산업 지원으로 일궈낸 다양한 볼거리

핀란드는 대부분의 지역이 숲과 호수로 이뤄져 있어 자연환경이 제공하는 볼거리가 풍부하다. 남부에는 도시와 사람이 집중되어 있는 반면 북부에는 드넓은 숲이 펼쳐져 있다.

여행자는 고즈넉하고 한적한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기대하며 빡빡한 도시생활에 지친 많은 사람이 핀란드 여행길에 오른다. 녹색 자연, 깨끗한 공기와 물, 그리고 땅을 자유롭게 경작할 수 있는 권리들이 핀란드시민들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자 자랑거리다.

핀란드는 한국과 달리 여름이 덥지도 습하지도 않기 때문에 여행하기 매우 좋다. 대사는 “여름에는 매주 축제가 열리는데 ‘재즈 페스티벌’같은 행사는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축제를 통해 핀란드의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핀란드의 수도이자 대사가 살고 있는 헬싱키 북쪽 로바니에미에는 ‘산타클로스 마을’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산타클로스 마을 우체국에는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가 몰려오기도 한다.

 

■ 대사의 한마디
“핀란드와 한국, 역사적 공통분모가 많아”
대사는 “핀란드와 한국은 비슷한 역사적 흐름과 시민의식을 갖고 있어 닮은 점이 많다. 작은 나라이면서도 시련을 극복하려는 근성을 통해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대학생들을 위해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 편히 차근차근해내길 바란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보면 원하는 바를 잘 이뤄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Just do it!

■ 마띠 헤이모넨 (Matti Heimonen)
- 2001년 주일본 핀란드 대사관 공관차석, 공사참사관 - 2004년 핀란드 외교부 수출 진흥 및 국제화담당
- 2008년 주상하이 핀란드 총영사관 총영사 - 2012년~ 주한 핀란드 대사관 대사

 

권혜진·윤영빈 기자
권혜진·윤영빈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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