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5> 『허생전』
고자<5> 『허생전』
  • 김채은 기자
  • 승인 2016.05.03 21:37
  • 호수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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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실천해야 한다

“소위 사대부란 대체 어떤 놈들이야. 이맥의 땅에 태어나서 자칭 사대부라 하니 어찌 하는 말인가…” (『허생전』 中 28p)

연암 박지원은 허생전을 통해 18세기 후반 조선의 상황을 꼬집고 있다. 양반 사대부 계층의 무능함, 부의 불균등 배분의 문제를 허생이라는 인물을 통해 객관적이고 강렬한 사회비판의식을 드러냈다.

『허생전』은 삯바느질하는 아내로부터 도적질도 못한다고 질책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 속 인물 허생은 비바람을 막지 못하는 초가에서 독서만 할 뿐 생계에는 무지했다. 극도의 빈곤함 때문에 남편에게 도둑질을 요구하는 장면은 당시 무위도식하는 양반층의 무능함을 질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후 허생은 상업행위에 나서며 매점매석의 상업행위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매점매석의 방법을 통해 부를 측정하는 모습에선 독점상인의 등장과 부의 편중현상을 비판하려는 작가 특유의 풍자가 돋보인다.

이처럼 박지원은 사회 물정을 모르는 허생을 현실 관찰자로 내세우며 양반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비판했다. 그는 당시 양반층의 무능한 정책을 멀리서 바라보지 않고, 직접 상업행위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지배계층의 현실에 뛰어들었다.

한편, 무능한 양반층과 부를 독점하는 상인들의 행태를 풍자적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축적된 부를 도둑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배계층이 사회적 불안정의 원인이 부의 불균형에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들에게 물질적인 것을 제공한 점에 주목하기보단 이러한 지배층의 변화가 피지배계층의 인간다운 도리와 평화로운 삶을 도모했다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어떻게 보면 한 나라의 지배계층이 그들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것은 단지 자신의 직업적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한 것이다. 피지배계층에는 관심이 없고 명예와 부만 쫓는 위정자들이 늘어감에 따라 당연한 것이 아닌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이를 통해 박지원은 지배층의 한낱 관심으로 계층적 이익과 공동체적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역설했다.

지난달 13일 제20대 총선이 58%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끝이 났다. 지난 총선 투표율이 54%라는 것을 미루어 볼 때 무려 4% 오른 수치이다. 이번 결과는 국민을 헤아려 줄 것이라는 정치인들에 대한 믿음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당선인들은 4%의 희망을 안고 국민을 위한 실질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 『허생전』에서도 살펴봤듯이 나라의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을 인식할 때 서로에게 긍정적인 상호작용의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교훈을 토대로, 올해부터 4년이라는 기간 동안 국민들과의 약속이 이뤄질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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