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학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으며
오늘날 대학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으며
  • 김태희 기자
  • 승인 2016.05.10 12:03
  • 호수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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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과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청년실업률은 12%, 실질실업률은 31%를 넘어섰다. 더욱이 지난달 20일 한국은행에선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2.8%로 예상해 전망이 더욱 암담하다. 대학 역시 구조조정의 바람 앞에서 성과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취업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생과 대학은 ‘국가고시’를 탈출구로 선택했다.

본지의 1면 보도를 취재한 결과, 전국 대학의 고시반 지원 현황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교육부에서 제공한 ‘2013년 대학 고시반, 자격증반 운영 현황’에 따르면 고시·자격증 준비반은 전국 48개 대학에서 총 225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원 총액은 48억원, 총 인원은 7천832명에 달한다. 이용 대상을 고시 준비생만으로 한정한 건물을 지은 대학도 상당수다.

이러한 고시반 찬반 안건을 두고 우리 대학 재학생들 역시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하지만 논란에 앞서 개인적으론 이런 주제가 이슈로 떠올랐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국가고시 합격자 수를 가지고 대학을 줄 세우는 풍토. 더 나아가 대학이 취업률로 평가되는 모습에서 오늘날 대학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봤다.

대학은 등장 이후부터 사회참여에 가장 먼저 앞장서는 조직이자 진정으로 학문을 탐구하는 공간이었다. 프랑스 혁명 이전 부르봉 왕조는 언제나 대학생들의 비판 정신을 우려했고, 프랑스 관료들도 그들의 공격을 두려워했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에서도 대학생은 언제나 선봉에 섰다. 4·19 혁명 때의 대학생들은 “학생들은 더 이상 현실을 좌시할 수만은 없으며 정의와 민주수호를 위해 궐기해야 한다”며 부르짖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런 모습을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은 대학을 진정한 학문의 장이 아닌 단순히 취업을 위해 거쳐 가야하는 공간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시위의 선봉에서 우렁차게 제 목소리를 내던 대학생들은 숨죽이고 도서관에 앉아 책장만 넘기고 있다.

대학 역시 순위와 평가에만 집착해 학생의 학문적 소양을 높이고 비판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본질적인 목적을 잊었다. 취업률과 고시합격률에만 목매는 현 대학의 모습은 소위 ‘직업훈련소’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물론 대학의 역할을 학문적인 영역에만 한정하고 싶은 것도,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는 학생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취업이라는 현실에 대해 대학이 어느 정도의 도움을 줄 필요는 있다. 다만 부수적인 기능이 본질적인 기능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고시반을 확대하느냐, 축소하느냐를 둘러싸고 논쟁하기에 앞서 대학의 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 대학의 모습은 큰(大) 학문을 탐구한다는 어원이 무색하다.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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