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탐구⑤ 사과

노래는 미안한 마음을 싣고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l승인2016.05.10l수정2016.05.10 12:10l141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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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謝過)’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을 뜻한다. 진정한 사과는 최소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진심을 담아야 한다. 둘째,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 너무 늦지 않게 진심을 담아서 하는 사과야말로 진정한 사과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대중가요 속 사과의 모습은 어떨까? 사과의 마음을 담은 대중가요도 많은 편이다. 즐겁고 행복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대중가요도 있지만, 대개의 대중가요가 아픔·그리움·자책·후회·원망·반성 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노래에서도 자연스럽게 미안한 마음을 크든 작든 표현하기 마련이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대중가요는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노래,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노래, 그리고 연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노래가 그것이다. 이 중 연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노래가 압도적으로 많다. 재미있는 것은 시대가 달라지면서 ‘미안하다’는 한국어 대신 ‘I’m sorry’라는 영어가 노래 가사나 제목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씨엔블루의 <I’m Sorry>, 비스트의 <I’m Sorry>, 틴탑의 <우린 문제 없어(I’m Sorry)>, 보아의 <비밀일기(I’m Sorry)>,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I’m Sorry>, 에프엑스의 <Sorry (Dear. Daddy)> 등과, 아예 ‘Sorry Sorry’가 의미 없는 후렴구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를 들 수 있다. 보통 ‘미안하다’는 말은 발라드처럼 느린 사랑 노래에 어울릴 것 같은데, 현대로 오면서 아이돌 그룹이 부른 노래 중에는 빠른 템포의 댄스음악에 미안하다는 말을 담은 노래도 많이 나왔다.


미안한 마음을 담은 노래 중에서 f(x)의 <Sorry>는 부제에 ‘Dear. Daddy’가 있어서 미안한 대상이 아빠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대 맘을 아프게 했다면 용서하라”는 말과 “바보 같은 난 철없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말에는 자책이 함께 담겨 있다. 하지만 노래 가사에서는 직접 ‘아빠’를 지칭하지 않아서 부제를 보지 않으면 그것이 아빠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은 노래인지 알기 어렵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나 김건모의 7집 음반에 수록된 <미안해요>는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노래에 해당한다. 김건모의 <미안해요>에는 자신을 만나 마음고생과 몸 고생을 한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절절히 담겨 있다.


하지만 사과를 담은 대부분의 대중가요는 연인 간의 사과로 이루어져 있다. 떠나서 미안하고 잊지 못 해서 미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서 미안하고 등 온통 미안한 마음 투성이다. 보통 발라드가 이를 담당하나, 태진아가 노래한 <미안 미안해>에는 “나는 너를 사랑했지만 이제는 싫다”며, “너를 두고 여기 떠나려니 미안하다”고 말하는 화자가 등장한다. 어떤 면에서는 ‘사랑해서 떠난다’거나,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싫어져서 떠나게 되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뻔뻔해도 깔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과의 노래는 은유적이라기보다 대체로 직설적인 가사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나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너도 잘못했다’고 피장파장으로 나간다거나, 에둘러 표현해서 사과인지 아닌지 모르게 말하는 것은 사과로서의 효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다가 헤어지기도 하고 또다시 만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미안한 마음이 들 때, 진심을 다해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특히 사랑이 끝나 헤어지거들랑, 부디 눈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어떨지. 시작만큼 끝도 중요하니 말이다.


사과와 관련된 노래를 보며, 최근의 사과 두 개가 떠올랐다. 하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된 옥시의 사과, 다른 하나는 수영 선수 박태환의 큰절 사과이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죽음을 맞은 수많은 사람을 생각할 때, 사건 발생 후 5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늦장 사과는 진정성 있는 사과라기보다는 면피용 사과에 가까웠다. 게다가 피해자 가족의 말처럼 피해자들을 향한 사과로 보기도 어려워 오히려 대중의 분노를 불러오기도 했다.


반면에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지 모르는 박태환이 큰절로 선처를 부탁한 것은 안타까웠다. 약물 투여가 자의가 아닌 의사의 처방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국제 규정보다 강력한 대한체육회의 규정은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이미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치 처분을 받았기에, 여기에 더해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자격을 3년이나 제한한다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할 수도 있다. 수영밖에 모르는 마린보이의 진정한 사과가 받아들여져, 부디 국가대표 자격으로 올림픽에서 시원하게 물살을 가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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