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는 자율형 대학기숙사운용은 불가능할까?
규제 없는 자율형 대학기숙사운용은 불가능할까?
  • 김의영 (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16.05.10 12:46
  • 호수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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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서 시행한 대학기숙사 운영 실태를 보면 겨우 10% 미만의 대학만 통행금지가 없는 자율형 대학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통행금지 시간(오후 10시~익일 오전 5시)을 위반 할 시, 벌점을 주고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강제 퇴사라는 엄격한 통제수단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개인의 자율적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측면에서 제한적인 규제 즉, 밤1시부터 아침 5시까지 통행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조금 진지하게 살펴보자면, 통행금지 조항에 많은 젊은이들은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젊은이들은 과거 군사문화시절에 존재하던 통행금지라는 문화에 종속되기보다, 개개인의 인권과 평등이 보장되는 이른바 ‘자율형’ 기숙사생활을 원한다.
그러나 현재 대학 기숙사 운영 주체들이 사회적 규범을 내면화한 시기는 대부분 90년대 중반 이전, 즉 한국의 전반적인 조직운영방식이 군사적 원리에 기초해 있을 때다. 오늘날의 대학기숙사의 강제규정 문화를, 군사 문화 제도에 익숙한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대학기숙사 통행금지 조항은 어떠한 거리낌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기숙사 규정사항에서 드러나는 시대착오적인 면모는 한국 사회의 다른 집단이 운영되는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직에서 실권을 가진 관리자의 대부분은 과거 군사문화가 만연한 시대를 살면서 그 문화의 규범에 동화된 사람들인데, 문제는 이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사고체계가 오늘날 개인의 기본적 인권과 평등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들의 상식세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현대에 한국 사회가 수용하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원칙과도 충돌한다. 이것이 그저 문화적 차원에서의 갈등으로만 남는다면 쓴 웃음을 짓고 말 일이지만, 조직운영방식에서의 비효율성으로 나타날 때는 이야기가 좀 더 심각해진다. 이질성 및 변화의 수용,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보장과 같은 개혁된 원칙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젊은 층의 시각에서는 아직 지배적인 양식으로 남아있는 군사적 혹은 강한 위계질서에 기초한 제도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까지 지속되는 전 사회적인 제도 개혁의 바람을 서로 다른 조직운용 원리들에 제각기 길든 세대 간의 본격적인 갈등 양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대학기숙사 자율권 보장이라는 슬로건도 또 하나의 세대 간 갈등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심지어 이러한 갈등을 둘러싼 엇갈리는 반응 자체도 그러하다. 이러한 사태의 핵심에는 단순히 무력감에 대한 저항 의식뿐 아니라 그러한 무력감을 낳도록 하는 과거의 '미개한' 유산에 대한 적대감이 깃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세대론 및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사고체계 간의 충돌은 결코 무관하게 넘겨서는 안 될, 기성세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김의영 (교양학부) 교수
김의영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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