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
임시공휴일
  • 윤영빈 기자
  • 승인 2016.05.10 19:33
  • 호수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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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4 : ‘다 함께 쉬는 날’이란 단어 속 모순과 박탈감



● [View 1] 쉬는 사람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5월의 업무 일정이 빡빡하다. 그나마 작년 노동절은 금요일이라 3일간 가족들과 달콤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는데, 올해는 그만한 연휴가 없다. 6일에 연차를 쓰면 4일간의 휴일을 누릴 수 있지만 팀원들의 눈치가 보여 쓰기 망설여진다. 그러던 중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동료들은 벌써부터 연휴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유명 관광지는 벌써부터 예약 경쟁으로 치열하다.


임시공휴일 덕에 연차를 쓸지 말지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연차도 하루 아끼게 됐다. 4일이면 가족들과 여행도 다녀오고 내 시간도 가지며 재충전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임시공휴일 혜택인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주요 관광지 및 공공시설 무료 개방 등을 잘 활용하면 경비도 절약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여행지 곳곳마다 상인들의 표정이 밝다. 한 상인은 “5월 같이 날씨가 좋을 때 많은 관광객이 찾아 주는 편인데, 올해 5월은 딱히 연휴가 없어 걱정이었다”며 임시공휴일 덕에 연휴가 생겨 한시름 덜었다며 기뻐한다.

 

 

● [View 2] 쉬지 못하는 사람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비정규직인 나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이런 발표가 나다니.


임시공휴일이면 어린이집도 쉴 텐데 아이는 어디에 맡겨야 할지 막막하다. 아이를 배우자에게 맡기는 동료도 있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배우자 역시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행히 임시공휴일에도 어린이집을 운영한단다. 하지만 아침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린다. 같은 반 친구들이 가족 여행을 간다는 얘길 들었는지 왜 우리는 놀러 가지 않느냐고 묻는데 뭐라 답해줄 수 없어 답답하다. 겨우겨우 아이를 달래 출근하는 길, 유달리 발걸음이 무겁다.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 표정이 하나같이 어둡다. 누군 쉬고 누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쉬는 시간, 이런 휴일이 세상에 어디 있냐며 동료가 투덜대기 시작한다. 임시공휴일은 사내 취업규칙, 단체협약, 노사협의에 지정되지 않은 휴일이기에 휴일근무에 따른 법정수당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외면하고 있다. 대체 누구를 위한 ‘공휴일’인지 한숨만 나온다.

 

 

● [Report] 임시공휴일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수경기 회복을 목적으로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5월 5일부터 5월 8일까지 나흘간의 연휴가 생겨,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증가해 소비촉진과 내수 진작 효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뒷받침됐다. 실제 지난해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을 당시 1조3천억원의 내수 진작 효과가 있었다는 조사기관의 발표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연휴가 전국 대다수 초·중·고의 단기방학, 5월 1일부터 14일까지 전국 1만2천개 여행 관련 업체 및 지역 축제가 할인을 시행하는 ‘봄 여행주간’과 겹쳐 작년보다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시공휴일로 지정 시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임시공휴일에 유급휴일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임시공휴일을 강제할 수 없는 민간기업의 사정은 다르다. 노사합의에 따라 임시공휴일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조가 없는 작은 업체와 비정규직은 사업주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 당시 근로자 3명 중 1명이 쉬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50인 이하 사업장은 절반 이상인 54%가 휴무를 시행하지 않았다. 임시공휴일에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정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공휴일 지정 날짜 일주일 전에 발표하면서 이에 대비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철저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윤영빈 기자
윤영빈 기자

 3212252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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