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희망 릴레이를 하다

단대신문l승인2016.05.10l1410호 8면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선 채로 졸고 있는데, 전철 문이 열리는 게 보였습니다. 부리나케 들어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당산역에서 강남역까지 매일 왕복하는데 누구나 퇴근길에는 자리에 앉아 잠을 자고 싶어집니다. 그날도 안경을 벗고 머리를 숙인 채 잠을 자는데, 갑자기 누가 내 앞에 서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양복을 입은 노인 같았습니다. 안면몰수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역을 지날 때마다 지하철은 더 복잡해졌고 사람들에게 밀려 앞으로 넘어지는 노인과 자꾸 부딪혔지만 전 잠만 잤습니다. ‘다른 자리로 가면 되지 왜 하필 내 앞에서…’ 시청역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아뿔싸! 내릴 곳을 지나쳤구나!’라는 생각에 안경을 썼는데, 내 앞에는 아버지가 서 계셨습니다. “피곤할까봐 일부러 안 깨웠다.”

공단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2년 넘게 2호선을 이용했지만 아들을 지하철에서 만난 게 신기하다며 웃으셨습니다. 나는 아들 편하게 해주려고 불편하지만 계속 서 계셨던 아버지가 야속해 얼른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더 나이 드신 분에게 자리를 양보하셨습니다.

교통약자석에 모시고 싶었지만 백발의 노인들이 많아 엄두가 안 났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닌 탓에 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해 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내 팔을 잡은 아버지의 손에 힘이 빠졌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우리 아버지가 몸이 불편해서 그러는데 양보해 주실 분 안계신가요?”라고 말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나서 복잡한 지하철이 물길처럼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요”, “여기도 자리 있어요” 바쁘고 무심한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마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아버지를 자리로 모셨습니다. 지하철을 타면 젊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잠을 자거나 핸드폰이나 책을 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당장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가 먼저 양보하는 따뜻함을 실천하면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는 ‘희망의 릴레이’가 시작됩니다. 그럴 때 답답하고 무뚝뚝하게만 보였던 사람들과 삭막했던 지하철에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들 것입니다.

 

김상민(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석사·4학기)


단대신문  dkdds@dankook.ac.kr
<저작권자 © 단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단대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단대신문 소개디보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126번지  |  Tel : 031-8005-2423~4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산29번지 Tel : 041-550-1655
발행인:장호성  |  주간:강내원  |  미디어총괄팀장:정진형  |  미디어총괄간사:박광현  |  미디어총괄편집장:양성래  |  편집장:김태희  |  청소년보호책임자:김태희
Copyright © 2017 단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