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카공족(族)이 아니다.

김지훈 (문예창작) 교수l승인2016.05.24l수정2016.05.24 09:44l1411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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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오감을 지닌 존재다. 카페 문을 열면 고소한 커피 향이 코(후각)를 자극한다. 아늑한 조도의 조명(시각), 백색소음(청각) 속 들릴 듯 말 듯 조용히 흐르는 음악, 안락한 의자(촉각)에 앉으면 근심도 스트레스도 잠시 사라진다. 커피를 마시면(미각) 잠시지만 피로도 줄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이러한 까닭에 최근 취업준비생이나 간단한 업무처리를 위해 카페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기서 생겨난 신조어가 카공족(族)이다. 카공족이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무리를 뜻한다.


한국기업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2천300여개에 불과했던 전국 카페 점포 수는 2010년 8천여개, 2013년 1만8천여개로 상승하면서 지난해 4만9천여개까지 급증했다.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업무처리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업주 입장에서 손님이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주지 않으면 매출액 감소 때문에 반길 일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몇몇 사업장에서는 와이파이 사용을 제한하거나 노트북, 스마트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 수를 줄이는 등 각고의 노력을 마다치 않는다. 그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경쟁사회다. 여기서 경쟁이란 용어는 긍·부정의 이중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학생들과 일터에서 업무처리를 하던 사람들이 왜 카페로 오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열경쟁(過熱競爭)과 과다업무(過多業務)가 주원인이다.


잘못 든 길이 지도가 될 때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 자기반성과 변화 없이 잘못 든 길 위에서 속도전을 펼친다. 어느 순간에 다다르면 멈추지도 빠져나가지도 못하는 늪에서 허우적댄다. 2016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얼굴만 있고 표정이 없다. 두려움과 고단함이 겹겹으로 쌓인 얼굴에서 미소도, 여유와 배려의 온화함도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카공족이 아니다. 취업이나 업무 관련 외의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문화가 만연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화는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를 위협하는 괴물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이 필요할 때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말은 옛것을 버리거나 무작정 따르자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현재는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일 것이다. 우리 옛 선조들의 여유와 배려의 미덕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도서관(독서실)이나 일터가 그것의 고유한 기능을 카페에 빼앗긴 데는 먼저, 과열경쟁과 과다업무 등의 사회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문제가 먼저 해결될 때 사람들의 그늘진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카페에는 카페 고유의 문화가, 일터와 독서실(도서관)은 활기차고 생산적인 장소로 거듭날 것이다.

 


김지훈 (문예창작)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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