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어주는 기자7. 『인간실격』
고전 읽어주는 기자7. 『인간실격』
  • 이상은 기자
  • 승인 2016.05.24 09:51
  • 호수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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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아침에 잠이 깨어 일어난 저는 원래대로 경박하고 가식적인 익살꾼이 되어 있었습니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있는 겁니다. 저는 상처 입기 전에 얼른 이대로 헤어지고 싶어 안달하며 예의 익살로 연막을 쳤습니다.” (『인간실격』中 62p)

 

기껏해야 40년도 채 되지 않는 자신의 인생에서 다섯 번의 자살을 시도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의 저서 『인간실격』에선 자전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철저한 고뇌가 주인공 ‘요조’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작가는 스스로를 “천성적으로 인간과 그 삶을 이해할 수 없고, 적응할 줄도 모르는 무능력자”라고 말했다.


소설 속 요조는 스스로를 세상과 융화될 수 없는 이방인으로 취급하며, 끝내 자신을 인간실격자라고 칭했다. 요조가 이처럼 자신을 비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연약한 어머니로부터 느끼는 모성애 콤플렉스는 그에게 원초적인 어둠의 그늘을 형성했으며, 어린 나이에 성적 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생의 최하점까지 도달한 요조에게 긍정적 사회성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었다. 소설 내내 그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요조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사회에 스스로 동화되기 위해 ‘익살꾼’을 자처했다. 늘 천진난만한 낙천가인 척하며 익살스럽고 별난 이미지 안에 자신을 꽁꽁 숨겼다. 그러나 요조는 사회에 동화되지도,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지도 못했다.


그가 택한 ‘익살’이라는 방법은 자신의 본래 모습까지 감췄다. 바로 이러한 점이 그를 파멸로 이끌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순수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내면에 좀 더 집중했어야 했다.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 타인들과의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는 편이 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결핍된 사회성이나 불우한 가정환경이 아닌 바로 그의 익살이 그를 파멸로 내몰았다.   


 자신의 내면과 겉모습의 괴리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분명 요조처럼 자신의 내면을 감추는 가면이 하나쯤은 있을 터이다. 삶의 기준을 타인에게 맞추는 순간, 나의 삶의 의미는 무색해진다.


다자이는 『인간실격』를 통해 진정한 삶의 기준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바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가치판단의 기준을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에게 둘 때, 그때서야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고전은 사회적 기준에 맞춰 삶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무엇보다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저  자  다자이 오사무
책이름  인간실격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04. 5. 15
페이지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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