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복식을 향한 열정, 후학의 노력으로 재현되다
전통복식을 향한 열정, 후학의 노력으로 재현되다
  • 윤영빈·박다희 기자
  • 승인 2016.05.24 15:34
  • 호수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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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주선 박사 타계 20주년 기념행사
▲ 행사에서 재현된 철종의 군복본

지난 13일 난사(蘭斯) 석주선 박사 타계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우리 대학 죽전캠퍼스 곳곳에서 펼쳐졌다. 석주선 박사는 평생동안 모은 3천365점의 민속 복식품을 우리 대학에 기증해 후학들이 한국 복식 연구에 힘쓸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 대학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전통복식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할 수 있었다. 석주선 박사의 고귀한 정신과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행사현장을 한껏 담아봤다.  <필자 주>

 

● 석주선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 발 더 전진하다 국제학술대회

 “한·중·일 전통 복식연구의 공백을 밝히며”

오전 9시 국제관 101호에서 석주선기념박물관 박경식 관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행사에선, ‘한·중·일 왕실 의례복 착장법’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국제학술대회 발표순서]

① <명대 황제 예복의 착장법 연구> -자오렌상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② <조선 시대 어진(御眞)과 어의(御衣)> -박성실(대학원 전통의상 · 09년 정년퇴임) 교수
③ <일본 근대 황실전통의상의 구성과 착장> -우에키 도사코(분카가쿠엔대학) 교수

▲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박성실 교수

중국사회과학원 자오렌상 교수는 “황제의 착의 순서에 대한 사료가 극히 드문데, 현재 이 부분이 고대 복식연구 분야의 공백”이라고 밝히며 ‘명대 황제의 면복과 상복을 중심으로 한 황제 예복의 착장법’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 그는 역사적 기록이 없는 명대 황제 예복 중 내의 착장법을 추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대학 박성실 교수는 “어진은 관복의 부속 제구를 포함한 착장된 형태까지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고증자료”임을 강조했다. 또한 어의 복원대상 어진인 △태조 익선관본 청포본 △영조 익선관본 △익종 면복본 △철종 군복본 △고종황제 통전관복 이하 총 5점의 고증·복원방법에 대한 이유와 참고문헌을 자세히 파헤쳤다. 

분카가쿠엔대학의 우이케 도시코 교수는 일본왕실 전통의상에 대한 특색과 성립과정, 근대 황실전통의상의 착용 상황을 설명했다. “일본왕실의상은 일본인의 사고방식이나 미의식이 단적으로 나타난 복식”이라며 “일본왕실전통의상은 현대 일반 일본인에게는 특별한 복식이다”고 전했다.

 

● 유물에 대한 애정을 담아내다 석주선 박사 타계 20주년 특별전

“한국여성의 삶, 한복 길이에 녹아 있어”

지난 13일부터 오는 7월 23일까지 우리 대학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석주선 박사의 우리 옷 나라> 특별전이 열린다. 평생 한국 전통 복식의 수집과 연구에 몰두했던 석주선 박사의 타계 20주년을 맞아, 후학들은 특별전을 통해 그 정신을 이어가고자 노력했다.

특별전에선 석주선 박사의 일생이 담긴 유품과 1900~1960년대 신여성의 한복과 의생활 용품을 전시해 근·현대 한국여성의 삶을 재조명했다. 이 시기의 한복은 현재 젊은 층이 흔히 접하는 현대 한복과 디자인 및 직물이 유사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형형색색의 저고리를 시대순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근·현대 이전의 복식은 시대순으로 정리한 전시가 많지만, 근·현대 시기는 드물다. 

1800년대 말~1910년대의 여성들은 극도로 짧아진 저고리에 긴 치마를 입었다. 당시 짧은 여성의 저고리 길이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기도 했다. 하지만 1910년대부터 저고리의 길이가 점차 길어졌다. 길이는 가슴을 덮을 정도로 내려오고, 옆선이 길어져 이전 시기보다 품이 편안해졌다. 1920년대에는 저고리의 길이가 허리선까지 내려왔다.

이어 1930~40년대는 소매통이 둥글고 손목이 드러날 정도의 짧은 소매 길이가 특징이며, 1950~60년대 저고리는 홀쭉하던 소매 배래가 붕어 배래로 변했다. 독특한 것은 고름이 있는 저고리와 브로치를 다는 저고리가 혼용됐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의 옷감이 국내로 많이 들어오면서 레이스, 깔깔이, 시폰 등의 옷감이 사용됐다.

한편, 특별전에는 평생 전통복식 연구에 매진한 석주선 박사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유품도 있다. 생전 사용했던 가구와 집필 원고, 직접 착용했던 의복들이 함께 전시돼있으며, 특히 일본 유학시절 했던 과제물에선 수집에 일가견이 있는 석 박사의 면모가 엿보인다.

석주선기념박물관 관계자는 “한국 전통복식에 대한 석주선 박사의 열정을 함께 느끼길 바란다. 근·현대 여성들의 저고리는 요즘 유행하는 한복과 비슷한 점이 많아 더욱 친숙하다”고 특별전 관람을 장려했다. 이번 특별전은 ‘2016년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전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전시 중 매주 일요일은 휴관이다.

 

● 어진을 만난 전통복식 연구, 장엄한 도전의 첫 발 - 왕 복식 착장 시연회

 “시연회 곳곳 녹아났던 후학 연구의 결실”

시연회가 시작되자 낯선 장면들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통해 복원한 관복의 착장 예법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시연하는 행사는 그간 전례가 없었다. 각각 왕들의 시연이 끝날 때마다 탄성과 박수소리가 가득했다. 박성실 교수와 그 제자들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복원한 100여점의 어의를 선보였다.

시연회는 △태조, 영조-익선관에 용포 입으시다 △철종-죽전립에 군복을 입으시다 △익종-왕세자 면복을 입으시다 △고종황제-통천관에 강사포 입으시다 이하 총 5명의 왕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왕들이 한삼 바지와 저고리, 관복을 입는 착장 예법의 모든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특징을 설명하는 방식을 통해 왕의 내의들을 낱낱이 파헤쳤다.

특히 철종의 경우 30분간 무대에서 박 교수가 설명과 함께 직접 옷을 입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을 마련해 특별함을 더했다. 박 교수는 옷 부위의 명칭, 옷의 발전사, 왕실 기록, 고증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고증에 충실했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편복류를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 착장 시연회 후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석주선박물관 관계자는 “철종이 입었던 군복 같은 경우 학계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소재라 직접 입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연회를 선보였다.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시연회를 바탕으로 한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시연회를 바탕으로 한 전시회<도대체 몇 벌을 입은 거니? - 어진 속의 복식 고증 展>는 오는 7월 23일까지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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