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탐구⑥ 짝사랑

혼자 부르는 사랑 노래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l승인2016.05.31l수정2016.06.09 03:55l141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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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가 수록된 팀 1집 ‘영민’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남자와 여자가 마주 본다. 느닷없이 두 사람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한걸음 한걸음 가까워지면서 서로는 서로가 자신의 인연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다.” 모든 사랑이 이렇게 단순하고 확실하면 뭐가 문제겠는가! 만약 그랬다면 사랑에 아파하고 슬퍼하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이토록 많은 시와 소설,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대중가요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 고대 전설에는 붉은 실로 인연을 엮어준다는 일종의 중매 노인인 ‘월하노인(月下老人)’이 나온다. 서양 신화에서는 ‘큐피드’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쩌면 직무 유기 중이거나 심술 맞은 장난꾸러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쩌면 그토록 많은 사랑들이 얽히고설키는가. 그 대표적인 것이 ‘짝사랑’이다. 커피소년의 1집에 수록된 <혼자>라는 노래 속 가사처럼 짝사랑은 “혼자 바라보고 혼자 기대하고 혼자 설레고 혼자 아파하고 혼자 실망하고 혼자 기억하고 혼자 기다리는” 일의 반복으로 지속된다. 그래서 서글프다.


짝사랑도 대중가요 소재로 많이 활용되었다. 아마 나이 많은 어르신들 중에는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로 시작하는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다. 고복수가 1937년에 발표한 이 노래의 제목이 <짝사랑>이다. 종종 새 이름으로 오해하지만 사실 ‘으악새’는 ‘억새풀’을 의미한다. 가을날 바람에 억새풀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를 ‘슬피 운다’고 표현 것에서 묘미가 느껴진다. 또한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로 시작하는 첫 소절부터 마음이 아려오는 <꿈속의 사랑>도 애절하다. 1956년에 현인의 목소리로 발매된 이 노래의 원곡은 1942년에 중국 상하이에서 상영된 <장미꽃은 곳곳에서 피어나건만(薔薇處處開)>이라는 영화의 삽입곡이었다.


그런가 하면, 1989년에 나온 주현미의 <짝사랑>은 짝사랑의 아픔보다 짝사랑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노래이다. 그 뒤에 사랑이 이루어졌는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어 가슴이 두근거리는 짝사랑은 그나마 행복한 짝사랑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짝사랑이 힘들고 아픈 사랑인데, 2003년에 발매된 팀의 <사랑합니다…>에서도 짝사랑으로 힘들어하는 화자를 만날 수 있다. 짝사랑 때문에 힘겹게 살고 있는 노래 속 화자는 자신이 “눈길 줄만큼 보잘 것 없다”며 스스로 자신감을 잃은 채 위축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상대에게 “비록 사랑은 아니더라도” “그저 그 미소를 자신에게도 나누어 달라”며 애원하기도 한다.


짝사랑의 아픔과 슬픔을 노래한 대중가요 중에는 지금까지 꾸준히 애창되는 노래들이 많다. 거미의 <혼자만 하는 사랑>,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 버즈의 <겁쟁이>, 윤하의 <기다리다>, 박효신의 <동경>, 휘성의 <...안 되나요...>, 김종국의 <잘해 주지 마요>, 로이킴의 <날 사랑하지 않는다> 등 노래 제목만으로도 이 글의 분량을 채우고 남을 정도이다. 수많은 짝사랑의 노래 중에서 개인적으로 손꼽는 명곡을 말하라면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와 이소라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들겠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2005년) 속 짝사랑도 참 아프다. 노래 속 화자가 사랑하는 상대는 친구 사이로 오랫동안 알아 온 사람이다. 그런데 화자는 그 상대를 짝사랑하고 있다. 말을 하자니, 친구 사이마저 어그러질까 봐 말을 못하고 가슴에 품어두자니 벅차도록 아프다. 심지어 눈치 없는 친구는 자꾸만 화자에게 좋은 사람 만나보라 말하니 더 아프다. 그런가 하면, 이소라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속 화자는 상대와 연인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상대의 마음이 변해 “다른 사람에게만 웃고 사랑을 말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화자는 변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 외롭다. 더 괴롭다. 함께 사랑하다 둘 중 하나만 변하면 남은 한 사람은 짝사랑을 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 마음의 진도는 다르고, “상대의 마음을 가질 수 없어 슬퍼”하게 되는 것이다.


소싯적에 짝사랑만 했던 자칭 짝사랑 전문가인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혼자 좋아하고 혼자 아파하고 혼자 헤어져도 아프긴 매한가지다. 종국에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상대에게 가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하는 사랑이 짝사랑이기에 그 마음을 끊을 수도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겠는데, 얄궂은 운명의 장난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함께 나눈 사랑의 추억이 없을지라도, 혼자만의 추억도 지나고 나면 아름다울 수 있다. 그리고 욕심 없이 기대 없이 그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 짝사랑의 힘으로 이제까지 버텨왔음을. 언제가 그 사랑도 끝나겠으나,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산다는 것은 참 따뜻하고도 고마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바란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미 축복을 받았으니, 이 세상 모든 짝사랑에 축복이 있기를…..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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