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기자 1. 『오베라는 남자』
책 읽어주는 기자 1. 『오베라는 남자』
  • 김아람 기자
  • 승인 2016.09.06 11:18
  • 호수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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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동남(따뜻한 동네 남자)’ 오베의 파란만장 생존기

“자기가 직접 마룻바닥을 깔거나 습기 찬 방을 개조하거나 겨울용 타이어를 갈아 끼울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아무런 미덕도 아니었다. 나가서 다 돈으로 살 수 있는데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도대체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 (p.57)

주인공 ‘오베’는 아주 원칙주의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남자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떠오른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을 수행하고, 자신의 원리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까칠하고, 냉소적이고, 아내밖에 모르는 모습에선 영화 <업(Up)>의 ‘칼’ 할아버지가 오버랩되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오베의 이런 성격은 주변 사람들에게 융통성 없게 비칠 때가 잦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p.57)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p.83)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아내는 죽었고, 40여년을 몸 바친 직장도 잃었다. 그래서 그는 결심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아내 ‘소냐’ 곁으로 가겠노라고. 죽음은 곧 일상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원칙들을 고수하며 차분히, 차곡차곡 죽음을 준비한다. 그의 계획은 완벽했다. 예상치 못하게 이사 온 좌충우돌 이웃들과 떠돌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기 전까진.

오베의 자살기도는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로 하는 족족 실패로 돌아간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죽음을 방해하는 것들로부터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 배워나간다. 계획은 틀어지고 원칙에는 균열이 생긴다. 얽히고설킨 하루하루를 이어나가며 오베에게는 다시금 지켜야 할 것,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고 만다.

예상치 못한 반전에서 오는 짜릿함은 없지만, 넘치는 위트와 잔잔한 감동이 책장을 모두 덮은 후에도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일렁이는 작품이다. 세상에 이런 ‘따동남’이 어디 있을까. 내 아내, 내 이웃에게만은 따뜻한 그런 남자, 오베를 만나러 떠나보자.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p.380)

 

저  자  프레드릭 배크만
책이름  오베라는 남자
출판사  다산책방
출판일  2015. 5. 20.
페이지  4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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