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줌/인> 대천해수욕장의 영웅들

천만 인파를 지키는 소수의 히어로, ‘감당 못 할 거라고? 천만에!’ 전경환·이시은 기자l승인2016.09.06l수정2017.03.21 18:40l141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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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적 폭염 속 빛났던 투혼의 현장 ”
- 끊이질 않는 환경·안전문제… 피서객의 의식개선 시급

Prologue
지난 하계방학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폭염과의 전쟁’…. 심술이라도 난 듯 따갑게 쏘아대던 여름더위가 이제야 한 풀 꺾였다. 유독 무더웠던 올 여름 피서객의 발길을 사로잡은 곳은 단연 해수욕장이다.
특히 3.5km의 광활한 백사장과 현대화된 각종 편의시설, 편리한 교통여건을 갖춘 ‘대천해수욕장’은  U네비·T맵 등 각종 내비게이션 검색 1순위는 물론 네이버 해변 검색어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자리했다.
보령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에 공식 폐장한 대천해수욕장은 올해 운영기간동안 국내외 관광객 총 1천247만명이 방문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6.9% 증가한 수치로 1932년 개장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시끌벅적한 곳에는 문제가 따르기 마련. 대표 관광지로 부상함과 동시에 하루 60t에 육박한 쓰레기 배출량·음주·인명피해 등의 문제가 끊이질 않아 ‘여름철 골칫거리’로 불리고 있다.
상쾌한 바닷바람의 그늘에 가려진 쓰레기 및 환경문제, 안전의식부족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천해수욕장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지난달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 햇볕은 쨍쨍 맥주 캔은 반짝

인파로 가득 찬 해수욕장의 열기는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오순도순 다정한 가족들부터 깨가 쏟아지는 연인, 돈독한 우애가 돋보이는 친구들 까지 전국 곳곳에서 몰린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모습을 띄고 있다.
시끌벅적한 북새통 속 느닷없는 비명소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백사장 한가운데 발을 움켜쥐고 서있는 한 남학생이다. 하얀 백사장 위로 떨어지는 새빨간 혈흔에, 조개껍질을 밟았나 싶어 주위를 살핀다. 하지만 남학생 발밑 모래알 사이로 얼굴을 내민 건 다름 아닌 찌그러진 은색 맥주 캔…. 넓게 펼쳐진 백사장엔 이처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유리병과 음료 캔이 가득하다.

# 쓰레기더미와 춤추는 현수막
무방비하게 버려진 쓰레기더미를 보니 해수욕장의 이용·관리에 관한 법률이 궁금해져 안내소를 찾았다. 안내원은 관련 내용이 적혀있는 현수막의 위치를 일러준다. 일러준 위치에는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흡연 금지’라고 명시된 현수막이 바람에 맥없이 흔들린다. “쓰레기무단투기(3만원)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라는 문구가 무색할 만큼 현수막 바로 아래에도 먹다 남은 음식물과 담배꽁초, 깨진 술병 조각이 즐비하다.
이윽고 한 피서객이 쓰레기가 담긴 검은 비닐을 들고 다가온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맨손으로 사방에 흩어진 담배꽁초와 술병 조각을 수거한다. 문수빈(21)씨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더미를 치우며 땀 흘리는 환경미화원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다른 현 상황이 씁쓸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한다.
# 해안가의 환경을 지키는 그린레인저

잠시 후 먼발치에서 푹 눌러쓴 모자, 형광 색깔의 유니폼, 빨간 목장갑을 착용한 환경미화원이 큼직한 쓰레받기와 마당 빗자루를 한손에 들고 등장한다. 그 많던 쓰레기가 순식간에 치워진다.
매일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해변을 쉼 없이 청소한다는 환경미화원 정(42) 씨는 “광장, 해안 도로변, 해변가, 캠핑장 등 구역당 5명씩 팀을 이뤄 효율적으로 청소하고 있다”며 “구역의 절반만 청소해도 준비된 1.75t 분량의 종량제 봉투 25개(50ℓ 15개·100ℓ 10개)가 가득 채워진다”고 설명한다.
한편 보령시에선 올해 대천해수욕장의 백사장에 쓰레기통 60개를 설치해 쓰레기 무단투기 예방을 꾀했다. 이 소식에 정 씨는 “쓰레기통이 곳곳에 배치돼 편리하지만, 백사장에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는 사람이 많기에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답한다. 이어 정 씨는 관광객이 깨끗한 해수욕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환경미화원의 의무라며 밝게 웃는다.
# 피서객의 안전을 사수하라

감사한 마음을 뒤로 한 채 거닐던 중 심상치 않은 무리가 눈에 띈다. 상의를 덮는 형광 옷에 얼굴마저도 수건과 선글라스로 무장을 한 이들, 바로 안전관리요원이다. 기자가 뒤쫓기 힘들 정도로 바쁜 그들의 발걸음엔 긴장감까지 흐른다.
안전관리요원 김(25) 씨는 “뙤약볕 아래 온종일 서 있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고 하소연한다. 이어 “통제시간 외에 음주 입욕 인원관리가 너무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대천해수욕장의 개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개장시간 외에는 입욕을 통제하고 있지만, 올해의 사고는 모두 통제시간 외에 발생했다. 이에 김 씨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폐장 후에도 틈틈이 순찰을 진행한다”라고 전한다.

# 육지와 바다의 수호대가 떴다

안전관리요원이 육지에서 피서객들의 동태를 살핀다면, 해양경찰은 바닷속의 안전에 힘쓴다. 수상 오토바이를 타고 자칫 눈에서 벗어난 피서객은 없는지 살피는 해양경찰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는 육상의 해양경찰서 건물과 망루의 안전관리요원도 마찬가지다. 망루에서 매서운 눈초리로 바닷가를 주시하며 출동을 대기하는 보령 해양경비 안전서 소속 대천해양구조대 대원 장(32) 씨의 모습에서 그 사명감이 전해진다.
장 씨는 “안전사고를 무사히 해결한 후 피서객으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차다. 응급상황 발생 시 매번 3단계에 걸쳐 정확하고 신속한 구조가 이뤄진다”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육상에서는 타워 형태의 망루와 이동식 망루에서 안전관리요원들이 24시간 바다를 감시하고, 위급한 상황에는 수상오토바이를 탄 해양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다.
장 씨는 그럼에도 빈번히 발생하는 해수욕장의 안전문제에 관해 “기본적인 해안 공공규칙을 준수한다면 사고 발생율은 대폭 감소할 것”이라며 △입수 전 준비 운동 △안전 보호장구 착용 △입욕 통제 시간 엄수 △음주 후 입욕 금지를 지킬 것을 당부한다.
# 응급구조대, 출동준비 완료!
해수욕장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먼발치에서부터 친숙한 마크가 눈에 띈다. 십자가 표시의 간판을 한 응급구조대이다. 구조대 건물 안에는 신속한 진료에 필요한 각종 진료기구와 약이 정갈하게 정리돼있다.
응급구조대원 김미란(27) 씨는 “대부분이 외상 환자다. 암초에 걸리거나 넘어져 꿰매야 하는 경우나 알레르기 환자가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해파리에 쏘이거나 갯바위가 썰물에 드러났을 때 맨발로 올라가 베이는 것 같은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는 “90% 이상의 환자가 젊은 청년이다. 예측불허인 해변에서 스스로 안전의식을 챙기는 습관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 폭염에도 굴하지 않는 해변의 영웅들
찜통더위 속 만인의 땀방울을 식혀줄 곳으로만 생각했다. 허나 드넓은 백사장과 인근 해변을 가득 채운 인파 속에는, 폭염에 맞서며 피서객의 안전과 환경미화를 위해 항시 비상벨을 켜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숨은 노고가 있었다.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만 인파를 지키는 해변의 영웅들…. 그 값진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피서객들의 공공규칙 협조’와 ‘청년층의 안전의식 개선’을 잘 준수해 히어로들의 수고가 덜어지길 바래본다.
 


전경환·이시은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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