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허구, 진실로 가는 두 개의 문

영화 <덕혜옹주>를 중심으로 김지훈(문예창작) 교수l승인2016.09.06l수정2016.09.06 14:59l1413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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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을이다. 비 오는 날 펜을 잡았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연일 이어지는 더위 탓에 집에서 나와 서점과 카페,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유난히 많았다.
 

지난 8월 초에 개봉한 <덕혜옹주>는 8월 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많은 이가 영화를 봤다. 많은 사람이 봤고 그만큼 후기 내용 또한 분분하다.
 

그중 영화 <덕혜옹주>의 화두는 단연 ‘역사 왜곡’이다. 이러한 점은 대한민국에서 <덕혜옹주>뿐만 아니라 역사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창작물이라면 한 번은 겪어야 할 관문 아닌 관문이 아닐까.
 

역사학과 문학은 상호텍스트성을 지니면서 때로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 ‘얼굴’이다. 다시 말해 <덕혜옹주>와 그를 둘러싼 황실이 애국적 실천에 적극적이었다 아니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사실(fact)’의 얼굴이다. 한편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과 삶에 눈물을 흘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위로와 위안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진실(truth)’의 얼굴이다. 여기서 염두에 둘 것은 창작품을 보는 ‘깊이와 다양성’이다.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우리는 흔히 ‘사실’을 통해 객관적 상황이 파악되고 나면, 상황 속에 내포된 진면목 즉,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이것은 유별난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망(desire)이다.
 

영화 <덕혜옹주>에서 역사 왜곡 쟁점의 발단은 고증된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예를 들어 덕혜옹주가 나라 잃은 민초들 앞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 조현증의 발생 시기 등은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한 진실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영화는 목적에 따라 그 표현방법이 다양한 종합예술 장르에 속한다. 다시 말해 영화는 사실만을 전달하는 뉴스가 아니다. 감독들이 역사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이미 탄탄한 스토리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둔 영화라면 제작 과정에서 흥행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다. 사실과 허구의 적절한 조화! 영화를 비롯한 여러 예술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
 

사실과 허구의 만남은 인간의 다양한 삶을 다양한 각도와 층위에서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그 거울의 이름은 ‘예술’이며 ‘진실’이다.
 

때문에 대체역사의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를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는 관객, 눈 밝은 관객의 몫이다.
 


김지훈(문예창작)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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