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보호소 - 버려진 동물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곳
유기견 보호소 - 버려진 동물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곳
  • 김태희 기자
  • 승인 2016.09.19 18:38
  • 호수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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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고, 닦고…유기견의 생활환경 개선 위한 값진 땀방울”
‘우리는 상처보다 사랑을 원해요’…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개선 시급해

Prologue

해마다 발생하는 유기된 반려동물의 수가 무려 10만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5년도 동물보호·복지관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의 1년간 총 8만2천마리의 반려동물이 유기됐으며, 그중 개가 5만9천600마리(72.7%), 고양이가 2만1천300마리(25.9%), 기타 동물이 1천200마리다.
정부는 2008년 ‘반려동물 등록제’를 그 대책으로 내세웠다. 이어 2014년부터 반려동물의 등록이 의무화돼서, 약 97만마리가 전국 시·군·구청에 등록됐다(2015년 말 기준). 하지만 전체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명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등록수는 턱없이 적다.
결국 이렇게 버려진 동물들은 고스란히 ‘유기동물 보호소’로 옮겨진다. 하지만 총 8만2천마리의 유기된 반려동물 중 약 30%만이 분양되고, 나머지는 자연사하거나 시설수용규모 미비·질병 등의 사유로 안락사를 당한다.
버림받거나 구출되거나…. 생사의 갈림길에 선 동물들이 모여 있는 <유기견 보호소>(담당자 요청에 따라 보호소 명칭은 밝히지 않음)를 지난달 20일 우리 대학 유기견 봉사동아리 ‘미소’와 함께 찾았다.

#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 곳
오후 12시, 기자는 서울 강남역에서 부터 약 1시간 반가량 이동해서 경기도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소>에 도착한다. 우리 대학 동아리 ‘미소’와 함께였다. 미소는 2013년도를 시작으로 올해 3년째를 맞는 우리 대학 죽전캠퍼스의 유기견 봉사동아리이다. 버림받은 동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현재 매달 1~2회씩 정기적으로 경기도 내의 유기견 보호시설을 돌며 봉사활동을 펼친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귀가 따갑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많았던 걸까. 이곳 개들의 울음소리는 유독 구슬프게 들린다.
상념에 젖는 것도 잠시, 봉사자들은 도착하자마자 이곳에서 금지된 3가지의 주의사항을 교육받는다. 우선 보호소의 위치가 노출될 만한 사진이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위치가 노출되면, 동물유기를 위해 근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심지어 늦은 밤 개장수가 보호소의 개를 잡아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론 견사(개들이 살고 있는 우리)를 청소할 땐 절대 문을 열어둬선 안 된다. 견사를 뛰쳐나간 유기견이 다른 견사에 들어가면, 그곳의 개들로부터 공격받아 죽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유기견 보호소>에는 이처럼 야생성을 가진 개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개들이 흥분하기 시작하면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마지막은 봉사자들의 안전과 관련된 사항이다. 개들을 함부로 쓰다듬거나 위협적인 행동, 혹은 겁먹은 듯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이를 지키지 않아 손가락이 잘리는 등의 큰 부상을 입었던 앞선 봉사자들의 사례에, 장내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유기견 봉사활동을 마냥 아름답게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이곳은 한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전쟁터 같은 곳입니다.” 보호소 소장의 말이 뇌리에 깊숙이 박힌다.

# 견사 청소 시작, 보호소의 아이들을 만나다
보호소는 △가정집 건물(소형견 용) △실내견사(대형견 용) △실외견사(대형견 용)로 구성돼 있다. 오후 12시 30분까지 준비를 마치고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은 대형견의 실내견사다. 더운 날씨에 긴바지, 장화, 고무장갑 그리고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건물 내부에서 새어 나오는 악취에 실내는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입구에서부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유기견들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인데,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집이 여기뿐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이 다시 한 번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견사 안의 분뇨를 물로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다. 2인 1조로 팀을 이뤄 청소를 진행하고, 곰팡이 방지를 위해 바닥에 남은 물기까지 완벽하게 제거한다. 일을 하나씩 처리하고 나니 어느새 시곗바늘은 오후 2시를 가리킨다.
급한 불은 껐다는 안도감에 견사 안의 유기 견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주인의 방임으로 아사 직전에서 구조됐던 ‘복순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중 가까스로 구조된 ‘두리’, 식용으로 길러지다 구조된 ‘삼식이’, 그리고 말로만 듣던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돼서 온 ‘다솜이’까지.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이다.
하지만 이중 대부분이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보호소 소장은 “보호소에는 총 200마리의 개가 있는데, 대형견은 20여마리에 이른다. 하지만 대형견은 웬만해서 분양하지 않는다. 분양을 해도 열이면 열 다시 보호소로 돌려보내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 열악한 환경 속에서 희망을 심는 사람들
내부견사 청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짧은 휴식을 갖는다. 땀에 흠뻑 젖은 옷을 말리고 목도 축인다. 악취와 높은 온도 때문인지 살짝 두통이 느껴진다. 이렇게나 힘든데, 우리 대학 동아리 ‘미소’ 회원들은 어떻게 이 봉사를 매번 하고 있을까.
최선영(중국어·2) 씨는 “유기견 봉사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악취는 코를 찌르고 환경도 열악해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사를 마친 후 마냥 행복해하는 강아지들을 보는 뿌듯함에 또 다시 찾게 된다. 작은 노력이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봉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다 보니 어느덧 다시 일을 시작할 시간. 더 쉬고 싶다는 유혹을 떨쳐내고 실외견사로 향한다.

# 고된 하루의 끝엔 웃음꽃이 핀다
오후 2시 반경, 이번엔 외부견사의 청소를 시작한다. 바닥에 깔린 신문지를 걷어내고 털도 쓸어내고….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안 닿는 곳이 없다. 악취는 없지만 이번에는 뜨거운 햇빛이 방해한다.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온몸이 따갑지만 더욱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더 빨리, 더 열심히 일한다.
어느덧 4시. 이제 지쳐서 더 이상 움직일 힘도 없을 때 쯤, 마지막 견사의 청소까지 마무리됐다. 드디어 오늘의 봉사가 끝났다는 기쁨에 봉사자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핀다. 깨끗해진 견사 안에서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없던 힘도 나는 것 같다. 

# 아쉬운 작별의 시간, 반려동물의 행복을 꿈꾸며
보호소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소형견들이 사는 곳을 방문한다. 덩치가 사람만한 대형견만 보다가 앙증맞은 소형견을 봐서 그런지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런 마음을 알아서인지, 강아지들은 옹기종기 봉사자들의 곁에 다가와서 애교를 피운다.
그중에서도 유독 ‘바둑이’라는 이름의 강아지 한마리가 기자의 옆에 붙어서 한 시간 째 떨어지려 하질 않는다. 실제로 유기견 봉사를 하다보면 이렇게 유독 특정 봉사자를 좋아하는 개들이 있다고 한다. 고된 하루였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5시 30분,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반려동물도 엄연한 한 가정의 구성원이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소유욕으로 키우기보단, 책임감을 갖고 존중해준다면 생명을 쉽게 버릴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의 인식수준이 향상되지 않으면 반려동물 유기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관련 법안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제도적 장치를 다시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시선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준 상처를 이제 치유해줘야 할 때이다.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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