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 기자 <2> 『채식주의자』
책읽어주는 기자 <2> 『채식주의자』
  • 김태희 기자
  • 승인 2016.09.19 18:43
  • 호수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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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의 기준’ 사회적 통념에 대한 재인식의 기회

근래에 ‘채식주의자’라는 단어를 듣고서 단순히 ‘고기류를 피하고 식물성 음식 위주로 식생활을 하는 사람’이란 의미만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작가 한강의 연작소설의 제목으로, 한국 최초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을 받은 작품이니까 어디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이 책을 펼쳤다면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소설은 초반부터 적나라하고 선정적이며 기이하다. 아마 채식주의자를 읽고 많은 사람이 ‘찝찝하고 기분 나빴다’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순간 이 소설은 다르게 보인다.

‘영혜’는 원래 아주 평범한 여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꿨고, 그 꿈은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된다. 꿈을 꾸고 난 후 그녀는 육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기 위해 자해를 하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하고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이후 내용은 정신병원에서 나온 영혜의 삶과 영혜의 언니인 ‘인혜’의 남편이 영혜를 탐하고자 하는 욕구가 주를 이룬다. 영혜의 몽고반점에서 시작된 그의 성적 욕구는 결국 모든 일을 파멸로 이끌고 간다. 그와 영혜가 성관계를 맺는 우를 범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영혜와 영혜 가족의 삶은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아마도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회적 통념에 대한 재인식이 아닐까. 소설 속 인물들이 영혜의 행동에 대해 불편하게 느낀 이유는 사회적 통념 때문이다. 꿈을 꿨기 때문에 육식하지 않는 것. 우리는 나와 다름을 쉽게 인정할 수 없다. 이런 것은 사회의 기준에서 불편하게 느껴진다.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의 모습은 이런 통념에 대한 소극적 저항이었다.
인혜의 남편 역시 통념에 대한 저항자이다. 친족의 여인을 탐하면 안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윤리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혜의 남편은 보편적 윤리의 선을 넘은 불한당이다. 그러나 이런 틀은 누가 만든 것일까. 그는 자신의 적극적인 욕망의 실체였다. 인간의 자기보존 욕구에 대한 동물적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사회의 틀에서 볼 때 그는 최악의 인간이었지만 그 틀만 제외한다면 그는 악인이 될 수 없다.
채식주의자는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우리는 이 사회에 사는 이상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벗어날 수 없을지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과연 우리 사회의 보편적 윤리가 무엇일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고민들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그런 문제들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 이 소설을 읽는다면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시작은 가벼웠을지라도 끝은 가볍지 않았던 소설 ‘채식주의자’이다.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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