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UV 이지웅 대표 : 나는, 당신은 왜 그 일을 하는가?
D’LUV 이지웅 대표 : 나는, 당신은 왜 그 일을 하는가?
  • 남성현 기자
  • 승인 2016.09.19 19:43
  • 호수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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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게임, '청춘'이라는 코인"

“원동력이 되어준 열등감”

Prologue
극심한 청년 취업난 속 대학생들은 고시원이나 독서실로 발길을 돌리고, 꽃 같은 청춘을 취업에 쏟아붓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치중하는 주위 학생들을 보면 괜히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새로운 시도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 ‘나눔’을 위한 창업을 통해 남들이 가보지 못한 길을 과감히 개척해 나가는 청춘이 있다. SNS와 인터넷에서 ‘생리대 만드는 남자’로 유명한 이지웅(28) 씨는 현재 D’LUV라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 제3세계의 아이들을 돕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어가며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그. 따뜻한 청춘 이지웅 대표를 면목동에 위치한 D’LUV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취약계층을 위한 생리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중·고등학교에 동기부여 특강을 하러 갔다 우연히 여학생들에게 요즘 힘든 게 무엇인지 물어보게 됐다. 그때 생리대에 대한 고충을 듣게 됐고, 왜 힘든지 알아보니 아이들이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낄 정도로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후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위해 생리대를 구입하는 것은 물론 직접 착용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어색하지는 않았나.
사실 주변의 시선은 두 번째 문제였다. ‘내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가 포인트였고, 원래 주변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편이다.

▶생리대를 연구하고 개발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생리대를 사서 뜯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에 생리대 공장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생리대 만드는 대표님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기도 하며 제조 공정과 구조를 이해해 나갔다. 이후 중국 공장과 접촉해서 제조를 의뢰했고 현재 제작 중이다.

▶남자들에겐 생소한 분야인 만큼 당황스러운 일도 겪었을 것 같다.
일단 생리대를 어떻게 쓰는지 몰라 애를 먹었다. 생리대를 속옷 사이에 껴서 사용해 보기도 하고, 스티커를 제거한 후 써야한다는 친구의 말에 살에 직접 붙여 보기도 했다. 알고 보니 속옷에 붙여서 쓰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됐다.

▶프로젝트를 SNS에 공개한 이후 갑자기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인터뷰 제의도 많이 들어왔을 텐데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다.
기쁘기보다는 책임감을 더 많이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음에도 지나칠 수 있을 법한 문제였기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는 만큼 집안에서도 걱정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머니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으셨는데, 어머니께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고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말씀드리니 지금은 가장 큰 지지자가 되어 주신다. 어머니는 “사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악착같이 살지 말고 남 도우면서 네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라”고 말씀하신다.

▶지금 운영하는 D’LUV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
D’LUV는 말 그대로 ‘Draw’와 ‘Love’의 합성어로서, ‘사랑을 그리다’라는 뜻을 가진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이다.
현재 D’LUV는 캄보디아 아이들을 돕고 있는데, 그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모티브로 한 가치소비(가격을 따지지 않고 취지를 높게 사 소비를 선택하는 것)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은 다시 아이들에게 기부하고 있으며, 현재 캄보디아에 두 채의 집과 한 채의 마을학교를 지은 상태다.

▲ 캄보디아 아이들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휴대폰 케이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봉사활동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나 자신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시작했다. 나에게 왜 이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이 질문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주 묻는다. “왜 당신은 그 일을 하려고 하는가?”, “혹시 그 일이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가치 있는 일은 아닌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원동력이 있다면.
‘열등감’인 것 같다. 학창시절 청소년 윈드서핑 국가대표를 했었다. 윈드서핑에만 몰두하다 대학교에 와보니 다른 학생들보다 잘하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생긴 열등감이 나를 움직였다. 졸업 이후 열등감을 없애기 위해 남들보다 항상 더 열심히 살았던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다.

▶대학생 시절의 본인은 어떤 대학생이었는지 궁금하다.
대학교 시절에는 술도 마시고 오토바이도 타며 많이 놀았다. 그러다 교통사고로 인해 선수생활을 그만두게 되면서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이 뭐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됐다. 그때 막연하게 ‘떠나자!’는 결론이 나왔고 그러다 제3세계 아이들을 보게 됐다. 그때 “아, 나는 이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순간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중단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쉬움은 없었나.
없었다. 어떤 일을 겪든 ‘신이 있다면 나에게 더 좋은 것을 주기 위해 지금의 것을 포기시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일이 잘 풀리지 못해도 ‘뭐, 더 좋은 것을 주시려나 보다’하고 그냥 더 좋은 것을 기다린다. 단, 노력은 하면서.

▶앞으로 어떤 활동이나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지 궁금하다.
현재 생리대를 국내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고 있는데 부탄이랑 인도, 멕시코에서 연락이 왔다. ‘산들산들(생리대 브랜드)’ 생리대를 팔 수 있느냐고. 그래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법률 자문도 구하고 있다.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검은색이라고 생각한다. 단단하고 올곧게 밀고 나가며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다. 검은색이 가장 잘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새로운 길을 떠나는데 망설이는 대학생들이 많다.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생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처럼 인생도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때론 쓰러지기도 하고. 게임에 코인이 있다면 인생에는 청춘이라는 코인이 있다. 그 ‘청춘’이라는 코인을 썩혀두지 말고, 대학생 시절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이 여행이든, 연애든, 워킹 홀리데이든. 그걸 취업이라는 것에 다 써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Epilogue
“왜 당신은 그 일을 하려고 하는가?”
인터뷰 중, 그가 해 왔던 활동에 연신 감탄을 터뜨리다 제대로 정곡을 찔려버렸다. 나름 독창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나였지만 그가 말했던 것처럼 나도 결국 기준을 타인에게 맞추고 있었고, 여전히 고등학생처럼 획일화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문득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진 그가 부러워졌다. 더 늦지 않게 ‘청춘’이라는 코인을 허비하지 않도록 가끔씩 그의 말을 되뇌어 봐야겠다.

남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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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pot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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