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제사상 차림에 대하여
요즈음의 제사상 차림에 대하여
  • 한경호(전자전기) 교수
  • 승인 2016.09.19 20:39
  • 호수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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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외가는 철저한 불교이고 친가는 철저한 개신교였으며 어릴 때 외가에 가면 외할머니가 쪽 찐 머리에 단정하게 하얀 옷을 입으시고 뭔지 모르는 조그만 대문같이 생긴 것(나중에 그게 위패인 줄 알았다)을 열었다, 닫았다 하시던 것을 기억할 뿐이다. 당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어린 나이라, 소위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많았다. 상 위에는 좋아하는 과일이며 음식들이 수북이 쌓여 있으니, 얼른 행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마음뿐이었다.
 

그게 할아버지 제사인지 누구의 제사인지는 모르고 어른들이 상을 차려놓고 절을 하는 동안 다른 어린 사촌끼리 저것은 내 것, 저것은 네 것 하며 소리죽여 음식에 점찍어 놓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제사 행사가 끝나고 어른들이 음식을 나누어 주실 때 사촌끼리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교환하거나 어떤 것은 더 먹겠다고 다투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필자의 집은 아버지가 개신교라 제사는 지내지 않지만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에 한두 번 목사님을 초대하고 추모식을 한 것을 기억한다. 역시 상에 음식이 차려있고 여러 분이 와서 예배를 보고 그 음식을 나눠먹었다. 나중에 안 일이나, 제사와 추모식은 몇 가지 차이점은 있었지만 어린나이에는 그저 맛있는 음식이 상에 차려있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제사상의 음식을 조상님의 혼이 와서 음미하고 그 정성을 잘 보고 가신다든지, 추모식의 음식을 추모식에 오신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한 음식이든지, 시절이 바뀌면서 음식은 바뀌었다. 마치 가정의 식사시간에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음식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다른 것처럼 음식은 바뀌었다. 아버지는 돼지고기에 신 김치 넣고 끓인 찌개를 무척 좋아하셨다. 그리고 보신탕도 즐겨 드셨다. 아이들은 돼지고기 신 김치찌개는 같이 좋아했지만, 보신탕은 질색하였고 아버지가 보신탕 드신 날은 아버지가 뽀뽀하자고 하면 기를 쓰고 피했거나 안 되면 울음을 터트렸다.
 

그 시절 아이가 아버지가 되고 그 아이들은 아버지와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게 됐다. 이제 아이들은 저녁에 피자며 치킨으로 식사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보리차보다 콜라를 좋아하고 육개장을 한 수저라도 먹이면 맵고 맛없다고 울기까지 하는 것이다.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드시게 되고 처음 먹어보는 치즈의 요상한 맛에 끌리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조상 제사상에 생전에 귀여워했던 손주랑 즐겨 드시던 치즈며 치킨이 올라가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돌아가신 다음에도 당신보다는 손주가 좋아하는 음식을 올리라는 배려를 생전에 해뒀는지 모르겠다.
 

오늘날 제사상 음식의 변화는 명절에 가족이 모이는 기회와 함께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추억하며 제사상의 음식까지도 후손들의 입맛을 배려하는 조상들의 사랑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한경호(전자전기) 교수
한경호(전자전기)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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