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금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청탁 금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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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0 12:34
  • 호수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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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부터, 공식적인 약칭은 ‘청탁 금지법’이나 소위 ‘김영란 법’이라고 더 많이 알려진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을 불과 보름 정도 앞두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그리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우선, 법률 적용의 대상에서부터 범위에 이르기까지, 극히 일부의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이 법의 전반적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인터넷 기사를 포함한 수많은 언론 기사에서 이 법의 시행과 관련된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한 일이다. 


청탁 금지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로서, 우선 제5조부터 제7조까지 그리고 제22조 제2항 및 제23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해당하는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 청탁의 금지’와 관련된 내용을 위시하여, 제8조, 제22조 제1항 및 제23조 제5항에 해당하는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내용 및 제13조부터 제15조까지에 해당하는 ‘위반 행위 신고 및 신고자 등의 보호’에 관한 내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러한 법을 시행하게 된 배경은 명약관화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공직자로 인한 각종 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너무도 미비했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하는 부정 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금품 등의 수수 행위를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여,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공공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하는 이번 노력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이 법의 시행이 몰고 올 파장으로서, 경기 침체가 가중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풍양속의 혼란까지 거론하며 반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죽하면 이구동성으로 이런 법이 진작 시행되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정도로,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부패의 고리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반성하게 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후대의 사회 구성원들에게 그래도 아직은 우리 사회가 살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 준다는 차원에서라도, 이 법의 시행은 전폭적인 환영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음에도 한편으로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이 법의 효과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품 수수의 문제와 관련하여 3, 5, 10만원의 상한선을 두었다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그 상한선에만 미치지 않으면 오히려 금품 수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면죄부를 부여하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으로도 여겨진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을진대,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친 후 또 다른 방식의 비리가 생겨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단지 기우에 불과할까? 모든 것을 다 규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규정되지 않은 것은 규제할 수 없는 것이 법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맹점이긴 하지만, ‘청탁 금지법’의 시행으로 더 이상의 비리가 생겨나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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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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