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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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희 기자
  • 승인 2016.09.27 10:35
  • 호수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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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8 : ‘최저의 늪’에 빠진 알바생과 사업주


● [View 1] 알바생
지방에서 열심히 공부해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하던 그 순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잠을 설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그러나 이런 기쁨도 잠시, 우리 집은 학자금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형편이 좋지 못해 입학하자마자 일거리를 찾아나서야 했다.
학교 앞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일주일에 6번, 하루에 5시간씩 일하며 시간당 6천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벌어도 월급은 고작 75만원에 불과했다. 방값을 제외하면 남은 한달 생활비는 35만원 남짓, 친구들과 노는 것은 고사하고 학업에 제대로 집중하기조차 어려웠다. 결국 1학기 성적은 바닥을 찍었고 장학금에서도 한발 멀어졌다.
‘시급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일주일에 3~4번만 일해도 괜찮을 테고, 좀 더 나은 학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갓 20살이 된 나에게 학업과 아르바이트의 병행은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일하는 시간과 강도에 비해 먹는 것이 부실해서일까.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다. 종종 코피를 쏟기도 하고, 감기도 자주 걸렸다. 생각해보니 시험기간 동안 라면과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굶는 일이 잦았다. 벌써 이렇게 지치는데…. 앞으로 남은 대학생활 내내 이렇게 살아가야 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 [View 2] 사업주
개업 초에는 빈 테이블이 없을 만큼 손님으로 붐볐다. 기분 좋은 바쁨도 잠시, 손님은 어느새 뜸해지고 요즘은 알바생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알바생들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시급 좀 올려달라고 투정하곤 한다. 세금에 임대료에 알바비까지…. 부수적인 비용을 다 떼고 남는 돈은 300만원이 채 안 된다. 차라리 직장에서 일하며 월급쟁이로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최근 뉴스에선 최저임금 협상에 관한 소식이 끊이질 않았다. 노조 측에서 제시하는 금액은 1만원이다. 뜨악할 금액에 협상 전까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다행히도 최종적으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6천470원이다. 
고작 500원 오른 최저임금에도 타격이 큰데, 시급으로 1만원을 주게 되면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임대료에 생활비까지 대려면 지금도 빠듯하다.
맘 같아서는 자식 같은 알바생들에게 1천원이라도 더 주고 싶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집에서 치이고, 알바생들한테 치이고, 정부 정책에 치이고…. 더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만 장사를 접고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5일 2017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시간당 6천470원으로 결정·발표했다. 이는 올해 임금인 6천30원보다 7.3% (440원) 오른 수치로, 일급으로 환산하면 8시간 기준 5만1천760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을 강력하게 주장한 노동계는 지난해보다 낮은 인상률을 보인 2017년도 최저임금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역시 최저임금 6천470원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기대했던 1만원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 수준이라며 이번 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기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소상공인업계 △중소기업중앙회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일자리가 매우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소상공인업계는 극단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저임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소득의 양극화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하위 10%가 월 92만원을 벌 때, 상위 10%는 월 985만원을 번다.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경제적 약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임금 노동의 길로 빠질 수밖에 없다. ‘6천원이냐, 1만원이냐’로 탁상공론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최저의 삶’으로 내몰고 있는 구조 자체에 대한 재고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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