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윤리

신진(교양대학) 교수l승인2016.09.27l수정2016.09.27 10:55l141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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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부터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정식명칭인 김영란법이 적용된다.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 5만원이 넘는 선물,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직자 240만명에 배우자를 포함할 경우 법 적용 대상은 400만명에 이르며 김영란법은 상대방까지 처벌하므로 국민 대부분이 대상이 된다.
 

김영란법은 처벌 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세밀하게 규정하여 청탁과 뇌물 관행을 발본색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혹자는 이 법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연줄사회에서 실력사회로 전환되고, 나아가 기득권의 카르텔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알다시피 서구사회는 합리주의와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 법은 우리 사회도 서구사회와 같이 합리적인 사회로 변모하기를 기대하면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공무원 대상의 규정들은 교원과 언론인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령 학생들이 졸업 20주년 기념으로 은사님을 모시고 식사를 할 경우 1인당 3만원이 넘으면 학생과 스승 모두 식사대의 3~5배 만큼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교수가 후배들의 취업을 부탁하려고 졸업생 기업인을 만났는데 식사를 대접한 경우도 동일하다. 점차 사제지간의 만남도 어색해질 것이다. 신문기자가 뮤지컬공연을 취재하고자 초대권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친구 사이는 어떤가? 경제사정이 나은 친구나 감사의 표시를 할 입장의 사람이 식대를 좀 더 부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상례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공직자가 있다면 공직자가 따로 자기 식대를 내지 않을 경우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런 문제를 피하려면 모두 같이 내면 되겠지만 우리의 공동체적인 문화가 강제로 바꿔야 할 만큼 문제가 큰 것일까? 이제는 식대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나 공직자는 각종 모임에 나가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약화하고 개인주의를 한층 부추길 수 있다. 인심은 각박해지고 뜻밖의 피해를 경계하는 피로감이 인간관계를 서먹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분열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가뜩이나 우리 사회는 이미 지역으로, 수도권과 지방으로 또 빈부로 나뉘어 통합이 절실한데 이제 공직자와 일반인으로 나누어지는 것은 아닐지.
 

윤리와 법은 인간사회에서 서로 다른 차원을 규율한다. 김영란법은 갑자기 법이 윤리의 영역으로 영토를 깊숙이 확장한 것이다. 청렴결벽증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는 한 공직자들은 쉽게 범법자가 되고 자리를 같이한 일반인 또한 범법자가 될 수 있다. 부작용이 많을 것이다. 정신은 유지하면서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도록 보완해나가야 하겠다.


신진(교양대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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