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문화in 128. <공연> 제비다방

가을 제비가 물어다 준 흥겨운 노래 한 소절 설태인 기자l승인2016.09.27l수정2016.09.27 11:30l141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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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레이브릭스’가 공연을 하고 있다.

젊음의 열기로 매일 밤이 뜨거운 홍대 거리. 그러나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거리 곳곳에 울리는 파티음악이 오늘따라 시시하게 느껴진다면? 복잡스런 홍대 앞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상수동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상수동의 재미난 소품샵과 잔잔한 라이브음악이 들리는 공연장 틈에서도 ‘제비다방’은 단연 돋보이는 문화공간이다.

상수역 3번 출구로 나와 찾아갈 수 있는 제비다방의 간판은 밤이 되면 ‘취한 제비’로 둔갑한다. 음악가들의 스티커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빨간 대문을 열자, 카페 한편에 진열된 독립잡지와 음반들이 기자를 반긴다. 지난 11일은 2인조 밴드 레이브릭스(Lay Bricks)의 공연이 열린 날. 난생처음 들어본 밴드지만 개의치 않고 계단을 내려가 공연장 구석에 자리 잡는다.


주문한 음료를 홀짝이며 공연장을 둘러보니 책장에는 만화책과 보드게임이 가득하다. 아늑함이 느껴지는 지하 1층 공연장은 온몸으로 공연을 즐기고픈 사람에게 안성맞춤. 반면 수다를 떨거나 책을 읽는 게 우선이요, 공연 관람은 뒷전인 사람이라면 1층의 테이블에서 공연을 관람하길 추천한다. 바닥에 큰 구멍이 뚫려있어 언제든 공연장을 내려다볼 수 있을뿐더러 빔프로젝터로 중계까지 해주니 조금 더 여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제비다방의 라이브 공연은 평일 오후 9시, 주말 오후 8시에 시작한다. 아담한 공연장이 어느새 30여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안녕하세요, 밴드 레이브릭스 입니다.” 당찬 인사를 내놓고 연주를 시작하는 밴드. 무대 위 땀방울뿐 아니라 악기를 다루는 손놀림, 표정 하나하나까지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작은 공연장의 매력이다.
 



가볍게 듣기 좋은 곡들을 연주한 뒤 레이브릭스의 보컬 서광민 씨는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이나 근황, 즐겨 듣는 노래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관객들과 대화를 이어나간다. 맨 앞자리 관객과의 거리는 불과 1m 남짓. 이어 <Let’s Dance>라는 신나는 곡이 연주되자 관객들은 앉은 자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Let’s Dance, When you’re down….’ 낯설지만 흥겨운 멜로디에 몸이 움직이고, 옆자리 사람과도 웃으며 공연을 즐기다보면 이 밴드의 팬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매일 다른 음악가들의 라이브가 펼쳐지는 제비다방의 공연 일정은 SNS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9월엔 가수 아이유와 밴드 혁오의 게릴라 콘서트가, 지난 4월엔 무한도전 웨딩싱어즈 촬영이 진행됐으니 이쯤 되면 나만 몰랐던 핫플레이스라는 사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제비다방의 창시자가 우리 대학 오상훈(건축) 교수라는 것. 1933년 소설가 이상이 종로에 문을 열었던 제비다방의 이름을 빌려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지 올해로 4년째다.


찬바람이 외롭게만 느껴지는 당신, 마음의 양식을 가득 채워줄 제비다방으로 떠나자. 아늑한 카페에 앉아 책 한 권에 커피, 라이브음악과 함께라면 이 가을, 더는 바랄 것도 없지 않은가.


설태인 기자  tinos3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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