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 기자 <4> 『참 괜찮은 죽음』
책읽어주는 기자 <4> 『참 괜찮은 죽음』
  • 남성현 기자
  • 승인 2016.10.11 11:10
  • 호수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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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이름의 무게에 대하여

“신경근이 바로 노출된 것까진 알겠는데 대체 왜 그걸 잘라버린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중략) 환자는 발목이 마비될거야. 다시 뛸 수도 없고 울퉁불퉁한 바닥에선 서지도 못할 거라고. 이 환자, 산악자전거 대회에 나갈 사람인데 이건 너무하잖아.”(p. 240)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의사는 환자에게 구원자가 되지만 때로는 죽음을 선고하는 자,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민감한 영역인 만큼 ‘의사’라는 이름의 무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겁다.
이 책의 저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헨리 마시’는 자신이 집도한 수많은 수술을 바탕으로 그 과정에서 겪은 일이나 저지른 실수에 관한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나간다.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이다 보니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책 읽기를 한 번쯤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팔다리가 마비된 채 병상에 누워 있는 그녀에 대한 기억은 나에게 아픈 상처가 아니라 하나의 흉터가 되겠지. 프랑스의 외과의사 르리슈가 ‘모든 외과의사는 마음 한구석에 공동묘지를 지니고 살게 된다’고 말한 것처럼 내 마음속에도 또 하나의 묘비가 생길 것이다.” (p. 16)

저자가 지난날 척추에 종양이 생긴 여성을 수술하던 중 지나친 자신감에 너무 많이 종양을 떼어내려다 신경 조직을 건드려 반신불수로 만들었던 때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실수에 대한 과한 집착은 성장을 더디게 하므로 의사로서 초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그는 회고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와는 상관없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경과가 좋지 않아 불가피하게 환자 앞에서 죽음에 대해 논하는 상황이 찾아올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부딪히는 윤리적·사회적 문제는 매번 의사에게 잠 못 이룰 딜레마를 남겨놓는다.

“비슷한 상황에서 과거에 내가 재수술했던 다른 환자들, 그리고 그들과 내가 재수술을 얼마나 후회했던가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환자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남은 희망이 없다고, 이제는 죽을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이지 매우 어렵다.” (p. 212)

그가 경험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읽어나갈 때면 나도 모르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수술 중 나의 실수 때문에 환자가 불구가 되었다면 그들의 가족에게 어떤 말을 전해야 할까?’,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새삼 의사라는 이름의 무게가 중하게 느껴진다. 의사로서 그가 겪었던 여러 딜레마에 대해 너무 깊이 고민하다 다소 우울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글 곳곳의 섬세하고 위트 있는 묘사 덕분에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생각이 고프지만 어려운 내용은 질색인 당신. 사양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길 바란다.
 

저  자  헨리 마시
책이름  참 괜찮은 죽음
출판사  더 퀘스트
출판일  2016. 5. 13.
페이지  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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