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탐구⑩ 응원가
대중가요탐구⑩ 응원가
  •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16.10.11 12:09
  • 호수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힘내~유(You)! : 힘나는 노래
▲ <걱정말아요 그대>가 수록된 전인권 4집 ‘전인권과 안 싸우는 사람들’

태풍이 휩쓸고 간 가을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고 청명하기만 하다. 지진에, 태풍에, 폭우에…. 힘든 일들의 이어짐이다. 게다가 대학생들 앞에는 중간고사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래저래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다. 그렇다고 마냥 축 처져서 한탄만 하며 속절없이 세월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이십대는 두렵고 무서운 것이 있으면 외면하고 도피할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부딪쳐야 하는 나이라 했던가! 이십대는 나이든 사람들과 비교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나저러나 살면서 누구나 위로와 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우연히 만난 시 한 편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어떤 노래 하나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연령과 세대에 따라 들으면 힘이 나는 노래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이 든 세대들, 특히 고개 숙인 아버지의 어깨를 곧추세우게 하는 노래로는 오기택의 <아빠의 청춘>과 최희준의 <맨발의 청춘>을 들 수 있다.


1966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주제가였던 <아빠의 청춘>은 여전히 아빠들의 응원가이면서 들으면 힘이 나는 노래 중 하나이다. 마찬가지로 1964년에 신성일과 엄앵란 주연의 동명의 영화 주제가 <맨발의 청춘>도 많은 사나이들에게 결연한 의지를 품게 했던 노래다. 1964년에 <맨발의 청춘>이 있다면, “이렇다 할 빽도 비전도 지금 당장은 없고 젊은 것 빼면 시체지만 난 꿈이 있어”로 시작하는 벅(Buck)의 <맨발의 청춘>(1997)도 나왔을 당시에 많은 인기를 얻었다.


1975년에 발매돼 1976년 각 방송국의 가요대상에 빛나는 송대관의 <해뜰날>도 들으면 힘이 나는 노래이다. 송대관 자신의 무명 시절, 어머니가 병으로 고생할 때 제대로 된 치료조차 해드리지 못했던 답답함을 가사에 담았다는 <해뜰날>은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는 무한 긍정의 힘으로 가수 자신은 물론 1975년 대마초 파동 이후 어둠이 짙게 깔려 있던 대중가요계에 빛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대중에게는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란 희망을 전파해 송대관은 ‘희망 전도사’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황규영의 <나는 문제 없어>(1993)와 긴 제목으로 유명한 강산에의 4집 음반 수록곡인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1998)도 듣고 있노라면 힘이 나는 노래들이다. 강산에 특유의 시원스런 창법으로 들려주는 “지친 어깨 떨구고 한숨짓는 그대 두려워 말아요/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걸어가다 보면…”을 듣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래방에 가면 꼭 한 번은 부르는 임재범의 <비상>(1997)도 힘나게 하는 노래이다. <비상>의 2절에서, “상처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 거지/고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은/소중한 걸 깨닫게 했으니까/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 줄 거야/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다시 새롭게 시작할거야/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지 않아/이 세상 견뎌낼 그 힘이 돼 줄 거야/힘겨웁던 방황은”을 부르고 나면 힘겨웁던 방황의 시간들이 결국 내 자신을 강하고 단단해지게 도와준 시간이란 걸 알게 되는 것이다.


들으면 힘이 나는 노래는 많이 있다. “야발라바히기야모하이마모하이루라”는 주문으로 우리를 독려하는 이승환의 <덩크슛>(1993)이 있고, 원래 윤상의 3집 음반에 실렸다가 S.E.S가 다시 부른 <달리기>, 이한철의 <슈퍼스타>(2005), 소녀시대의 <힘내>(2009) 등도 있다. 그리고 영화 ‘국가대표’ 삽입곡인 러브홀릭스의 <Butterfly>(2008)는 방송 중 ‘힘’이 필요한 장면에서 어김없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곤 한다.
 

신나고 흥겨운 노래가 아니어도 때론 조용하게, 때론 나직한 소리로 우리에게 힘을 주는 노래도 있다. 날 응원한다며, 토닥이는 듯 위로해주는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2011)가 그렇고, “내가 그대를 항상 응원할게요”라고 노래하는 어쿠스틱 콜라보의 <응원가>(2014)도 그러하다. 그리고 2004년에 전인권 6집 음반에 수록된 <걱정말아요 그대>는 이적, 김필, 음악대장(하연우) 등을 위시해 수많은 가수들이 다시 부르면서 현재 ‘국민 위로송’에 등극했다. 사실 이 노래는 전인권이 이혼 후 아픈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솔직함이 우리 모두에게 전해져 우리를 위로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한때, 힘들 때마다 늘 들었던 만화 영화 ‘원피스’의 주제가인 코요태의 <우리의 꿈>도 여전히 들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


이렇게 돌아보니, 알겠다. 노래가 있어서, 그 노래들 덕분에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을 견뎠고, 그 노래들 덕분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힘을 내서 다시 나갈 수 있었음을. 그러니, 세상 풍파에 힘들고 지치고 고된 그대, 앞으로 닥칠 시험 등에 짜증 먼저 앞서는 그대, 노래 들으며 부디 힘내시길. “힘내~~ 유(You)!”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