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비방은 다르다

김지훈(문예창작) 교수l승인2016.10.11l수정2016.10.11 17:13l141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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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서 남혐, 여혐 등의 단어가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커뮤니티로 메갈리아(Megalia)가 있다. 메갈리아는 노르웨이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우리나라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 따온 합성어이자 신조어다. 현재 우리 대학도 페이스북의 단국대학교 대나무숲, 단국대학교 대신말해드려요, 단쿠키 등의 커뮤니티를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것의 순기능은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며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이트에서 누군가를 비방하고 노골적으로 악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것은 비방과 혐오의 중심에는 ‘소속감’에 대한 욕망과 ‘분노’의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사람들은 ‘분노조절 장애’의 시대에 살고 있다. ‘분노’는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 SNS에서 공론화된 분노의 근원이 ‘개인’이 아닌 ‘집단’이라는 점과 ‘남녀문제’로 대두된 것은 어떤 까닭에서일까? 그것은 인간의 소속감에 대한 욕망(외로운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감정)과 분노의 감정이 공교롭게도 결탁했기 때문이다. 또한 앱과 웹을 기반으로 한 SNS를 통해 인간의 감정 중 분노를 일으킬만한 자극적인 기사가 짧은 시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고 여론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남녀 대극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는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일련의 사건들은 표면적으로는 ‘남녀의 문제’지만, 심층적으로는 ‘인간의 문제’이며 이분법의 논리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의 한계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렇다면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의 논리에서 벗어난 자는 ‘분위기를 깬다’거나 ‘줏대 없다’는 쓴 소리를 듣기 일쑤다. 다시 말해 요즘 사람들은 ‘사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이를 인정하는 순간 혼돈과 혼란의 두려움이 엄습한다. 때문에 분노의 ‘대상’이나 분노를 풀 만한 ‘곳’이 엉뚱한 데로 향한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분법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분노의 근원이 무엇이며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분노는 ‘결핍’에서 비롯된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분노와 분열이 만들어낸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 용서와 화합이 만들어낸 사랑의 공동체다. 나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분노의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혐오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해 본 일이 있는가?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해 본 일이 있는가? 언제라도 ‘비평’은 가능하다. 하지만 ‘비방’은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저속하고 원시적인 행위임을 잊지 말자.


김지훈(문예창작)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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