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5. 난민과 무국적자의 보호
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5. 난민과 무국적자의 보호
  • 단대신문
  • 승인 2016.11.08 11:40
  • 호수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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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대한 불편한 시선
▲ 출처: SBS뉴스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요즘이지만 필자에게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바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입니다. 미국 뉴욕의 공항 터미널에서 주인공 나보스키가 입국이 거절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다시 돌아갈 수도 또 공항 밖으로 나갈 수도 없게 된 주인공이 터미널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내내 어떻게 수개월 동안 공항 안에서만 살 수 있을까, 왜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했을까 궁금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지금 인천국제공항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인천공항 송환 대기실에는 수십명의 난민 신청자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상당수는 입국이 거절돼 강제 송환될 처지에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시리아 출신 난민 신청자 28명은 최근 입국허가를 받기까지 9개월 가량을 억류된 채 생활했습니다. 인권단체와 언론의 관심을 받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식사와 옷 등도 제공받지 못했습니다. 비록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이들의 입국이 허가됐지만, 아직 난민심사 기회가 부여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내 거주 난민 신청자 수는 2013년부터 매년 두 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난민 지위를 받는 숫자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2015년에만 5천700명이 넘게 난민 신청을 했으나 이들 중 불과 2%도 채 되지 않는 105명만 난민 자격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스웨덴 76.6 %, 네덜란드 66.7% 등 유럽 국가들의 비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숫자입니다.


테러와 전쟁의 공포를 피해 대한민국에 입국한 시리아 난민들에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일어난 까닭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 사회는 난민과 무국적자의 보호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합니다. 특히 관련 기관조차 난민의 기본 권리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과 의정서를 비준했습니다. 이 협약(제32조)에 따르면 체결국은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를 이유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합법적으로 그 영역에 있는 난민을 추방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또한, 난민 신청을 원하는 이들의 입국허가를 심사할 수 있는 타당한 인정 기간을 부여해야 하며 이 기간 동안 필요한 보호를 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사실 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난민을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강제 송환되거나 또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항 대기실에 구금 아닌 구금 생활을 했던 까닭은 아직도 난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더 큰 문제는 난민들에 대한 인종차별입니다. 올해 초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 제정됐습니다. 문제는 일부 언론과 기관이 마치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숫자가 늘고 있는 것이 테러의 위험과 직결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 것입니다. 이는 이민자, 외국인 노동자, 난민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는 외국인, 특히 상대적으로 약소국 출신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과 정책이 존재합니다. 난민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난민 심사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난민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습니다.

 

오규욱 인권칼럼니스트 kyuwoo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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