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자원회수시설 - 당신의 손을 떠난 쓰레기의 기나긴 여정
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자원회수시설 - 당신의 손을 떠난 쓰레기의 기나긴 여정
  • 남성현 기자
  • 승인 2016.11.08 13:50
  • 호수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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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누군가의 손길을 거치는 30톤의 쓰레기”
“쓰레기, 모두의 에너지가 되다”

 

Prologue
우리에게 화려한 볼거리와 추억을 선물하는 불꽃축제. 가족, 친구들과 함께 그 순간을 공유하며 행복을 느끼지만,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라지는 축제의 끝은 무분별하게 버려진 수십톤의 쓰레기로 얼룩지곤 한다.


환경부가 펴낸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2014)’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의 연도별 폐기물 발생량은 △35만7천861톤 △36만5천154톤 △37만3천312톤 △38만2천9톤 △38만709톤 △38만8천486톤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쓰레기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만, 우리의 손을 떠난 쓰레기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치우지 않아도 누군가가 치울 것을 알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버려지고 나서야 시작되는 쓰레기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 기나긴 여정을 담기 위해 강북 ‘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과 노원 ‘자원회수시설’로 출발했다.


[첫 번째 여정] 도시 속 광산, 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강북 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 강북지역에서 모인 다양한 폐기물들을 선별·처리한 후 재활용 중간처리업체에 매각해 희토류(자연계에서 광물 형태로 희귀하게 발견되기 때문에 경제성이 있을 정도로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와 같은 자원들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방공호처럼 나무가 무성한 언덕 아래에 위치한 이곳은 매일 30톤가량의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쾌적한 외관을 자랑했다.


감탄도 잠시,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비릿하고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위를 둘러보니 직육면체 모양으로 압축돼 가지런히 정리된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가 버린 쓰레기가 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졌다.

 

저장창고 _ 산을 이루는 쓰레기들의 대합실
주무관을 따라 지하 3층에 위치한 쓰레기 저장창고로 이동했다. 파랑, 빨강, 검정, 하양…. 가지각색의 쓰레기 봉지들이 터져 나뒹굴고 있는 이곳에서 빛바랜 페인트와 오·폐물로 더러워진 거대한 기계들이 굉음과 함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었다.

TV에서나 봤던 거대한 쓰레기 언덕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저장창고는 널찍한 공간과 밝은 조명 때문인지 실내 축구장을 연상시켰다.


저장창고에서는 각지에서 이송된 쓰레기들의 1차 처리가 이뤄진다. 정량 공급기에서는 파봉(쓰레기 봉지를 터뜨려 분류를 용이하게 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이어 바람과 진동을 이용해 유리병, 플라스틱, 종이, 비닐 등의 재활용품을 품목별로 분류하는 비중발리스틱 선별기를 거친다. 주무관은 “음료수병이나 테이크아웃 컵 같은 쓰레기는 뚜껑과 몸체의 재질이 달라 선별기로 분류하기 어렵다. 이런 쓰레기들은 분리해서 버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부피나 중량 과다로 인해 기계에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재활용품들은 이송 컨베이어의 속도에 맞춰 근로자들이 직접 일일이 선별한다. 근로자들은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런 작업을 수행한다. 요즘 같은 날씨에도 역한 냄새 탓에 고역이었는데, 푹푹 찌는 한여름에 7시간 가량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낀 채 쓰레기와 사투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한동안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선별작업장 _ 긴 여정의 분기점

▲ 쓰레기 선별기의 모습

쓰레기 산맥을 뒤로하고 작업장의 문을 통과하니 여러 개의 컨베이어벨트와 다양한 쓰레기 선별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파봉이 끝난 쓰레기들을 고철,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으로 나눈 뒤 재활용이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는 선별작업이 이뤄진다. 생활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의 경우, 근적외선을 이용한 광학선별기를 통과해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음료수병, 물병 제조에 사용) △PE(폴리에틸렌·컵라면의 내부 포장이나 샴푸 통의 제조에 쓰임) △PP(폴리프로필렌·도시락 용기나 일회용 수저 등 생활용품의 제조에 사용) △PS(폴리 스타이렌·요구르트 병이나 포장재로 많이 쓰임)로 자동 분류된다.

▲ 쓰레기 선별 작업중인 근로자들
▲ 근로자들이 퇴근한 후의 컨베이어벨트

다른 컨베이어벨트에서는 선별기가 미처 분류하지 못한 쓰레기를 근로자들이 직접 손으로 선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처리 공정에 관해 설명하던 주무관은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충을 표하기도 했다.


[두 번째 여정] 애물단지에서 복지 공간으로! 자원회수시설
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에서 재활용할 수 없다고 판단된 쓰레기, 즉 폐기물은 소각장으로 이동된다. 과거에는 폐기물을 바로 매립했지만, 한정된 공간과 환경오염 문제로 소각 처리뒤에 매립한다.


길을 물어물어 찾아간 노원자원회수시설. 뿌연 연기 속 삭막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갔건만, 인근 유치원의 아이들이 뛰놀 수 있을 정도의 깨끗한 환경이 맞이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라인스케이트장, 다목적 광장, 생활체육시설 등 다양한 주민편익시설을 설치했다고 한다.


소각장 내부는 쓰레기 처리 인식 개선을 위한 학습용 체험시설과 교육 표지판으로 가득했다.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저장탱크 _ 사람들이 남긴 막대한 흔적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쓰레기 저장탱크가 눈앞에 나타났다. 저장용량이 2만톤이나 되는 쓰레기 저장탱크. 6개 지방 행정구역의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신기하기도, 마음이 왠지 불편해지기도 했다.

▲ 크레인이 바닥재를 섞고 있다.

쓰레기 저장탱크를 지나 다음 과정으로 이동하던 중 매캐한 냄새와 함께 바닥재 저장탱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는 조금 전에 봤던 쓰레기 저장탱크의 1/4 정도 되는 듯했다. 바닥재로 가득한 저장탱크의 양쪽 벽에서는 주기적으로 물이 분사됐다. 배출구에서 간헐적으로 바닥재가 쏟아져 나왔고, 인형 뽑기 집게 같은 거대한 크레인이 물과 바닥재를 섞어주고 있었다.


관계자는 “쓰레기를 소각하면 부피가 1/10로 줄어들고 오염물질이 어느 정도 제거된다”며 “소각열로 데워진 보일러실의 물이 인근에 있는 SH공사 발전소를 거쳐 주민편익시설에 쓰일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변환된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환경 속 숨은 땀방울
이처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자원회수시설. 그런데 근로자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에 대해 관계자에게 묻자 “대부분 자동화된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 크레인을 조작하고 있는 직원

몇 안 되는 인력 중 한 사람, 크레인 운전기사를 만나봤다. 그는 쾌쾌한 공기 속 거대한 쓰레기 저장탱크의 크레인을 혼자서 몰고 있었다. “앉아서 계속 조정기기를 잡고 있어야 해 어깨가 아프다”고 어려움을 털어놓다가도 이내 “경기가 안 좋을 때도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차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과 자원회수시설의 근로자들처럼 환경을 지키는 숨은 공신들은 오늘도 당신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분투하고 있다. 당신의 손을 떠난 쓰레기가 겪을 길고 긴 여정.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쓰레기 배출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남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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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pot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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