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기러기 아빠의 소망
<백묵처방>기러기 아빠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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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11.19 00:20
  • 호수 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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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모 방송에서 자녀들을 외국에 조기유학시키는 붐이 일면서 그러한 사회현상의 한 부산물로 생긴 신조어 “기러기아빠”에 대한 방송을 한 바 있습니다. 자녀들을 빠르게는 초등학교 입학전 후로 부터 고등학교 1-2학년의 학생들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게하고 보낸는 것이라 대부분의 경우에 아이 엄마가 같이 따라가서 아이들을 보살피느라 고국에 홀로 남아서 그들의 학비며 생활비까지를 벌어서 부쳐야 하는 외롭고 고된 아빠들의 생활실상 및 문제점들을 다룬 내용으로 기억됩니다. 계속되는 생활고와 혼자된 외로움에 지쳐가는 아빠들, 또 그로인해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자아의 상실감에 괴로워하거나 외국에서 날로 커가는 아이들과의 정신적 괴리감에 고민하는 아빠들, 심지어는 열심히 벌어 어렵게 돈을 부쳐왔는데 막상 가보니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고있는 부인을 보고 절망하는 경우나, 심장마비로 쓰러졌는데 아무도 집에 없어서 돌아가신지 며칠이 지난후에야 알려졌다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정말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자녀교육이라는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방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두 딸아이의 아빠입니다. 둘다 모두 제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태어난 우스갯소리로 하나는 캘리포니아산(큰애)이고, 또 하나는 로드아일랜드산 (막내) 으로 미 대륙의 동서 양 끝에서 다른 바다 (태평양 과 대서양) 를 보고 낳은 아이들입니다. 아뭏든 이렇게 둘다 미국시민권자들이다보니 후에라도 두 딸을 (물론 본인들이 원할거라는 전제하에) 미국에 보내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 왔던 저인지라 위의 방송내용은 저와 제 아내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제가 제 아이들을 미국에서 교육시켜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요즈음 ‘교육’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요란스레 따라다니는 무슨 공교육의 붕괴니 입시지옥에서의 해방이니 하는 거창 한 이유에서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단지 큰아이가 영어노래나 영어로된 어린이 프로그램을 더 좋아하고 영어이야기 책도 찾아서 보니까 얘가 계속 영어를 좋아한다면 미국에 보내야겠다 라고만 단순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이 아이의 주변 환경이 아이나 저희부부를 심각한 고민에 빠뜨리려 하는거 같습니다. 어느날인가 큰 아이가 제게 그러더군요 놀이터에 나갔는데 친구들이 같은 학원에 다니는 애가 아니라면서 같이 안놀아 주더라고, 또 아내는 제게 우리애들과 나이가 비슷한 또래 애들엄마들을 놀이터나 교회에서 만나면 노상 하는 얘기가 무슨 학원이 어떻더라 또는 어디 학원에 애들을 보내느냐 묻는거랍니다.

그래서 아무데도 안 보낸다고 하면 무슨 외계인 쳐다보듯 하더라고 불평을 하더군요. 장난기어린 우리 아이들의 순진하기만 한 눈망울을 쳐다보면서 이 아이들이 앞으로 지고 나가야 할 세상의 짐들의 무게가 느껴지는것 같아 마냥 서글퍼 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의 아이들을 맘껏 뛰놀지도 못하게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내몰고 또 원하지도 않는 아빠들을 굳이 외로운 ‘기러기’로 만드는 건지… 저는 아직 남들이 얘기하는 우리 교육현실의 문제점들에 대해 뼈에 사무칠만큼 부모의 입장에서 느껴볼 기회는 아직 갖지 못했습니다.

또한 이것이 일부에서 얘기하듯 부모들의 지나친 자기 자식에 대한 이기심, 욕심의 ‘자녀사랑’이라는 가면인지, 아니면 우리의 부모님세대가 우리에게 쏟았던 교육열의 지금세대식의 표현인지도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제가 바라는 것은 우리 아이가 계속 한국에서 자라든 아니면 중도에 외국 유학을 가든 그것이 어떤 무언가의 ‘문제’ 때문에 혹은 무엇무엇 때문에 어쩔수 없어서가 아닌 진정 자기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고 미래의 꿈을 쫓아 자기자신을 다져가는 행복한 길이 되어주기를 우리아이의 천진난만한 웃는 얼굴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소망해 볼 뿐입니다.
황청수 교수(자연과학대학.자연과학부.화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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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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