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에서도 꽃은 핀다
쓰레기더미에서도 꽃은 핀다
  • 승인 2016.11.08 17:07
  • 호수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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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

◇지난달 24일 JTBC의 대통령 문건 유출 사건 보도가 있고 난 뒤 대한민국의 모든 관심은 최순실 게이트라는 블랙홀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도를 접한 국민은 허탈함, 수치심, 좌절감을 느꼈고 나아가 현 정권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이번 사태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 다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마른오징어도 짜면 즙이 나온다지 않는가…. 마른오징어에서 즙을 짜는 심정으로 이번 사태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해봤다.

우선 헌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거워졌다. 사건 이후 국민은 국가의 주권이 명시된 헌법 제1조 1항, 공무원은 국가에 대하여 봉사해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된 제7조 1항, 집회·결사에 대한 자유가 명시된 제21조 1항 등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나아가 그 조항이 침해됐을 때 어떤 혼란이 초래되는지 뼈저리게 체감했다. 차기 정부에서 헌법 개정이 유력하고, 헌법 개정을 위해선 국민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헌법에 대한 관심과 개헌에 대한 중대성 인식이 증대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차후 개헌이 좀 더 많은 국민의 관심 속에서 진행되게 됐다.
 

또한 ‘광장 민주주의’가 부활했다. 어떤 사안에도 흔들리지 않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 취업과 무관한 사안에는 큰 동향을 보이지 않던 청년, 교실 안 주입식 교육에 몰두해있던 학생들까지 모두 거리로 나와 이번 사태에 대한 발언과 자유 토론을 이어갔다. 범국민적 토론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나아가 국민에게 정치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이번 사태는 갑자기 벌어진 것이 아니다. 관련 의혹들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의혹이 제기됐던 당시 여론이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진행됐다면 조기에 이런 사태를 적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도덕성 검증과 비리에 대한 경각심을 한 층 더 중요하게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내가 일한 만큼, 내가 노력한 만큼 정당한 결과가 보장되는 사회, 편법과 비리가 처벌·근절되는 정의가 바로 선 사회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일이 헌법을 공부하고 주말에 광장에 나가 토론할 수 없으니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들에게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믿고 위임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봉사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지위를 남용해 국민을 분노와 허탈감에 빠지게 했고 모든 신뢰를 잃었다. 국민은 이제 헌법을 공부하고 주말엔 집회에 참가해야 하는 한층 더 피곤한 상황에 몰렸다. 마른오징어에서 즙을 짜듯이 생각해야 겨우 국가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우리는 긍정적인 면을 찾고 그것을 희망으로 삼아 도약해야 한다. 단, 이 정부에서는 아니다.     <彬>

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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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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