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리학 33. 포옹
당신의 심리학 33. 포옹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6.11.08 17:49
  • 호수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당신의 옆 사람을 꼭 안아주세요
▲ 일러스트 장혜지 기자

‘Free Hug’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가 다가오는 사람을 안아주는 프리 허그. 2001년 미국인 제이슨 헌터(Jason G. Hunter)가 처음 시작한 프리 허그 캠페인은 2004년 호주인 후안 만(Juan Mann)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면서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제이슨이 프리 허그를 시작한 계기는 2001년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당시 장례식장에 온 조문객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그의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따뜻한 포옹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제이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자신을 늘 안아주셨던 어머니가 주변 사람들도 아낌없는 사랑으로 안아주셨다니!

그는 장례식 후 슬픔에 잠겨 있기보다는 어머니의 소중한 유산을 이어나가기로 결심했다.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따뜻한 품을 제공하고자 프리 허그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나선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저 슬쩍 쳐다보고 지나가는 데 그쳤지만, 취지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인간의 오감 중 촉감은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며 쾌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는 단지 즐거움 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강한 몸과 마음의 기초를 제공한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르네 스피츠(Rene Spitz)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고아를 연구하다가 보육원에서 충분한 음식과 청결한 환경을 제공했음에도 아동의 3분의 1이 첫해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죽지 않은 아이들도 신체적·정신적으로 발달이 부진했다.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해리 할로우(Harry Harlow)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원숭이를 어미로부터 떼어 놓고, 어미를 대신할 인형(대리모) 두 개를 만들어 주었다. 하나는 철사로 만들어 촉감은 나쁘지만 젖꼭지가 있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젖꼭지는 없지만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것이었다. 원숭이는 어느 대리모와 주로 시간을 보냈을까? 후자였다. 이를 통해 할로우는 먹이보다는 촉감으로 경험하는 접촉 위안이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길거리에서 생판 모르는 남을 안아주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어쩌면 가장 먼저 프리 허그를 해줄 사람은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이 아닐까? 제이슨의 어머니가 아들은 안아주지 않고 다른 사람만 안아주었다면 제이슨은 프리 허그 운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과 친구를 껴안으며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지 않는다면 길거리의 프리 허그는 위선이고 거짓일 뿐이다.

감사와 사랑, 위로와 격려, 용기와 희망 등을 담아 진짜 프리 허그를 시작하자. 우리가 긍정의 마음을 담아 진짜 포옹을 할 때, 이것은 결코 프리(무료)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 돈과 빗댈 수 없는 엄청난 행복을 선사할 것이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