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대
세월호 세대
  • 승인 2016.11.15 11:00
  • 호수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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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흘린 눈물, 국가 신뢰 회복의 뿌리가 되다

 

◇“그래 구조대 금방 오니까 괜히 우왕좌왕 당황할 필요 없고 천천히 정신 차리고 하라는 대로만 해. 시키는 대로만 빨리 움직이면 된다. 데이터 터지면 다시 연락해. 형한테.” 지난해 세월호 침몰 당시 배 안에 있던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이 마지막으로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탑승자들은 질서를 유지했고 통제에 따르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죽었다.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의 민낯을 보게 된 국민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중에서도 비슷한 또래가 대책 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당시 고등학생들에게는 이 사건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 같다. 사건 이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참교육 연구소가 2014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전보다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 타인과의 협력 필요성, 사회를 바꾸려는 실천 의지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9월 경주 지진 당시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시 학교에서 자율 학습을 하던 고등학생들은 교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학교 측의 지시를 무시하고 운동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는 세월호 세대 사이에서 질서와 통제의 가치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문제는 이후 해당 학교의 지시는 안전 수칙에 반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학생들의 자의적인 판단이 옳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세월호 세대들이 사회 안전 시스템의 부재를 몸소 재확인하게 됐고 ‘불신’이라는 기억을 집단으로 공유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다 달았다. 그들은 불신의 기억 대물림을 끊기 위해 자신들의 현 상황과 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가감 없이 발언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난히 이번 집회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발언대에서 주목받았던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국가의 모든 신뢰가 바닥을 친 이 시점에서 그들의 존재는 희망적이다. 신뢰는 정직과 투명성을 의미하며 이는 곧 정의와 직결된다. 또한, 양극화, 계층 간 사다리 붕괴, 금수저 논쟁의 본질을 관통하는 요소다. 신뢰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한 세월호 세대들은 이 사회에서 다시 신뢰를 쌓아가는 데 뿌리가 되고 아래로부터의 신뢰 형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우리는 확인했다. 세월호 세대라는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조금씩 땅을 뚫고 올라오고 있는 것을. 
<彬>

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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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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