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잉’ 김도윤·제갈현열 공동 대표 : ‘학벌’ 이라는 불편한 타이틀이 전하는 사회의 민낯
‘노우잉’ 김도윤·제갈현열 공동 대표 : ‘학벌’ 이라는 불편한 타이틀이 전하는 사회의 민낯
  • 이시은 기자
  • 승인 2016.11.15 15:30
  • 호수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노우잉 김도윤 대표

"걱정 대신 인정하라,
그리고 성장하라"

<Prologue>

인생에 수많은 방점 중 중요한 방점이 될 그 순간. 오는 17일 2016년 대수능이 치러진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벌써 궁금증 보따리, 수험생들로 만 차를 이뤘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가 더 좋을까요?’라는 물음이 쏟아지지만 돌아오는 답은 ‘적성’이다. 싫증 나리만치 수없이 들어온 대답이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대학 서열을 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학벌주의 사회가 빚어낸 불편한 진실, 네임 밸류, 그 늪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토록 모두가 SKY만을 외쳐대는 현시대에도 단연 돋보이는 이들이 있었으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일찍이 자신을 파악하고, 가시밭길 건너편에서 우리를 향해 손 흔드는 이들이 있다. 취업 선배들이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에 머릿속을 헤매고 있는 무수한 질문들을 차근히 풀어가 본다. 지난 11일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저자이자 현 교육컨설팅 회사 노우잉 공동 대표 김도윤 씨(왼쪽)와 제갈현열 씨를 만났다.


▶ 책을 낸 계기가 궁금하다. 
현열: 입사 후 한결같은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다. ‘지방 사립대 졸업생이 영어 성적도 없이 메이저 광고 회사에 입사했으니, 대학생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흔치 않은 일에 대한 영웅화가 아닌, 사회 구조에 초점을 두길 바라는 마음이 컸고 취준생으로서 겪었던 험난한 여정을 좀 더 사실적이게 나누고 싶었다. 긍정적 이야기보다 ‘학벌주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학벌이 없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학생들이 늦지 않게 깨닫길 바랐다. 

▶ 취준생에게 ‘노력’은 너무 광범위한 조언이다.
현열: 취업은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엄연히 선택하는 자와 선택받는 자가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다수는 선택하는 자가 아닌 멘토, 유명 명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단순한 힐링이다. 자신의 싸움터가 불리하다는 것을 인정한 뒤 자신의 적성 분야를 빨리 알아채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선택하는 자들이다. 

▶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열: 직업으로 행복해지는 사람은 채 1%가 안 된다. 행복과 일은 별개다.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조건을 기반으로 직업군을 택한다면 좋은 직업이다. 
도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택하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해야 한다. 세상은 좋아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잘하는 것에 더욱 집중할 뿐이다. 본인과 세상의 기준이 맞지 않는다면 기회비용을 잘 고려해야 한다. 

▶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교집합을 찾기가 힘들다. 
현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들어진다는 것, 말이 안 된다. 질문 자체가 웃기다. 흥미를 느끼는 분야와 관련한 많은 도전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를 잘하려면 노력도 중요하다. 다수의 분야는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 물론 노력하는 과정에서 흥미가 바뀔 수도 있다. 정답을 내릴 순 없다. 확실한 것은 흥미가 있는 분야에 도전적이게 다가서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회사에 사표를 내고, 교육컨설팅 회사를 세웠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인가. 
현열: 그렇다. 잘하고 좋아하며,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도윤: 좋아하는 일이다. 잘하려고 노력은 하나, 재능에 대해선 확신이 없다. 

▶ 재능과 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도윤: 노력한다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재능이 밑바탕을 돼야 노력도 빛을 발하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20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일취월장하지는 않는다. 

현열: 이 부분에 대해 나는 생각이 다르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외국인과 한국인에게 각각 책 1만권을 읽게 했다. 둘의 이해도가 같을까? 노력은 시간이 아니다. 노력은 관심, 의지와 동기이다. 앞서 말한 직장인들은 노력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단순히 시간만 보냈을 뿐이다. 물론 노력으로 재능에 버금가는 일을 해낸 이들의 존재가 희망 고문이 돼서는 안 된다. 

▶ 그렇다면 ‘재능’은 어떤 것인지. 

도윤: 미술을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시킨다. 모두가 처음 그림을 그리지만 똑같은 작품이 하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재능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노력으로도 재능을 얻을 수 있지만 타고난 재능은 그 일에 대한 남다른 성취도를 보인다. 

현열: 공감한다. 하지만 1등, 최고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특정 범주에 속하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 두 사람이 여러 방면에서 매우 다르다. 마치 퍼즐 같다. 팀워크 비결인 건가.
현열: 서로의 다른 부분에 대해 인정하면 사이가 나쁠 수가 없다. 반대로 얘기하면 서로가 다르므로 잘 지낸다. 일할 때 서로에 대해 교집합도, 여집합도 없다. 강연을 할 때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니 흥미롭게 진행할 수 있다. 

▶ 강연을 통한 소통이 잦다. 요즘 세대를 보면 하고픈 말이 많을 것 같다. 
현열: 구조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잘못은 없다. 물론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성세대와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과 책임은 필요하다. 잘못을 꼬집고 바로잡을 용기가 필요하다. 
도윤: 시대가 힘들다. 잔인한 이야기이지만, 스스로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아픈 것이 곧 청춘인 것처럼 당연시되는 힐링 열풍이 불었다. 과연 대한민국 청년들은 힐링이 됐는가. 오히려 더 큰 아픔을 맛본 이가 적지 않다. 냉정하지만 각자의 길을 일찍이 다져야 한다고 전하고 싶다.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열: 검은색이다. 검은색은 다른 색이 묻어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주변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색을 지키며 살고 싶다. 
도윤: 노랑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색이다. 나 또한 그런 존재이길 바란다. 

▶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열: 아무리 취업에 급급해도, 평소 기본적 교양을 갖추기 위해 힘써야 한다. 현상에 대한 기본적 해석의 틀과 생각의 깊이를 가진다면 두고두고 삶에 유의미한 자산이 될 것이다. 
도윤: 상아탑적인 교육이 중시되던 때는 끝났다. 요즘의 대학은 취업의 장으로 전락했다. 모두가 이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길을 하루빨리 찾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pilogue>
인터뷰 내내 ‘사랑의 매’를 몇 대 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학창 시절, 담임 선생님의 매질로 눈물을 찔끔 빼는 순간 선생님보다 미운 사람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약을 건네며 다독여주는 모습에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훈화 말씀에 지친 우리 세대에게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신선했다. 같은 세대를 견뎌낸 이들이기에 자신을 인정하고, 발 빠르게 준비하길 바라는 그들의 조언 한 마디 한 마디에 더욱 진심이 느껴졌다. 때에 따라서는 “잘 된다”, “걱정하지 마라”, “넌 할 수 있어”라는 말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해”라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매 한 대가 더 큰 힘을 발휘할 때도 있다. 
 

이시은 기자
이시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32143384@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