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11. 길고양이 중성화

길고양이와 인간, 험난한 공존의 길 이영선 기자l승인2016.11.15l수정2016.11.15 23:05l1418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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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연합뉴스

● [View 1] 길고양이
나는 살아남았지만 죽은 것과 다름없다. 차가운 길 위에서 서로 의지했던 가족과 친구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넌지 오래다. 길고양이의 평균수명은 고작 3년. 고양이 평균수명인 15년에 한참 못 미친다. 영양실조, 질병, 로드킬, 동물혐오범죄 등 길고양이가 죽어 나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도 온전한 몸은 아니다. 굶주림에 먹이를 찾아 헤매던 나는 철창에 갇혀 어디론가 보내진 뒤 수술대 위에 누워야 했다. 각오했던 일이다. 친구들은 이 수술이 자궁과 난소를 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수술부위가 채 아물기도 전에 길거리로 내던져진 나는 좌절했다. 이 도시에서 가족을 만들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껍데기만 남은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쓰레기봉투 사이에서 생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를 영영 찾지 못할 것만 같다.
인간들은 우리를 위한 일이라 말한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개체 수 조절을 통한 공존이라며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결국 자신들의 성가심을 덜기 위한 것일 뿐이다. 많은 인간이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에 찬성한다. 그런데 그 속에 우리의 찬성표는 없다. 우리는 어떤 말도 인간들에게 전할 수 없으니 말이다.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이라는 공존의 뜻이 무색하다. 미소 지으며 다가와 준 인간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그들을 믿지 않는다. 그들을 따라갔던 친구들이 쓸쓸하게 돌아오는 것을, 사무친 외로움으로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녕 길고양이와 인간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 출처:news1

● [View 2] 동물보호단체
서울에 사는 길고양이만 약 20만마리다. 고양이는 임신기간이 2달에 불과하고, 한 번에 8마리까지 새끼를 낳을 수 있을 만큼 번식력이 좋아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한다. 자연히 길고양이와 인간 간의 갈등도 잦아진다. 로드킬과 동물혐오범죄의 표적이 되는 길고양이를 위해서라도 중성화사업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많은 동물보호단체가 길고양이 보호 측면에서 중성화사업을 통한 개체 수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이 계속 번식하다 보면 결국 생태계가 망가지고, 영역 다툼을 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중성화사업이 길고양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아직 마땅한 대안이 없다.
보통 중성화사업은 포획업자, 수의사, 공무원 간의 계약으로 진행된다. 포획업자가 길고양이를 잡고 수의사가 수술하면 공무원은 서류상 결재를 한 뒤 비용을 지급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포획업자와 수의사들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썩은 음식물로 길고양이를 유인하거나 졸속수술을 하는 경우가 발생해 길고양이들이 후유증과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 수원시, 대전시, 고양시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사업추진방향을 논의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이어진다면 사전 관찰, 수술, 보살핌, 방사 후 관리까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 [Report] 길고양이 중성화
길고양이를 중성화시키는 수술인 일명 ‘TNR(Trap,  Neuter, Return)’이 대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성화수술을 받은 길고양이는 총 1만6천여마리로, 계속해서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의 예산을 확대하며 목표량을 늘려가고 있다.
중성화수술은 개체 수 조절과 발정기 울음소리 예방 등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컷 길고양이의 경우 중성화로 남성호르몬이 없어지면 공격성 저하, 근육량 감소, 활동성 저하 등의 문제를 겪는다. 또 중성화사업에 따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부에서는 △마구잡이 포획 △졸속 수술 △폐사 등의 문제가 잇따르고 있고, 지난해 전국적으로 2만6천여마리를 수술하는 데 3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 정도로 비용 부담도 크다.
이에 정부는 수술 대신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이용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번식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수술부위에 발생하는 염증이나 바이러스 감염 같은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고, 예산도 감축할 수 있다. 이런 인도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을 끊임없이 강구하면서 길고양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영선 기자  3215335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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