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리학 34. 소유와 존재
당신의 심리학 34. 소유와 존재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6.11.15 23:56
  • 호수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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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무엇’이 아닌 ‘어떻게’에 달렸다
▲ 일러스트 장혜지 기자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철학자였던 에리히 프롬. 그는 자신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산업화 사회와 물질적 풍요가 가져온 폐해를 지적하면서, 소유의 삶에서 존재의 삶으로 옮겨갈 것을 권하고 있다.

소유의 삶은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산업화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량 생산으로 원하는 물건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돈이 넘쳐났다. 이에 따라 비천한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신분상승을 꾀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 생겼다. 소위 물질만능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산업화는 자연스레 사람들을 도시로 몰려들게 했다.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살다 보니 비교와 경쟁은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산업화 사회에서 가능해진 대량생산은 비교와 경쟁을 소유의 문제로 바꿔놓았다. 남들은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다는 것은 매우 큰 위협이다. 모두 가지고 있는 ‘it 아이템’을 나만 가지지 못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결국 우리는 비교와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애쓴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밤낮없이 일한다. 소유를 통해 비교와 경쟁에서 이겨야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도 온갖 매체는 끊임없이 “소유하라”는 메시지를 쏟아낸다. 마치 ‘남들은 다 소유하고 있는데 너는 뭐 하고 있느냐’, ‘남들은 모두 new 아이템을 샀는데 너는 아직도 old를 가지고 있느냐’, ‘그렇게 살다가는 뒤떨어지고 뒤처져서 실패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것 같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의 심리학자 벤 보벤은 1천200여명을 대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소유’를 목적으로 구매했던 물건(옷, 보석, IT제품 등)과 ‘경험’을 목적으로 구매했던 물건(공연 티켓, 여행 등)을 한 가지씩 고르게 했다. 그리고 둘 중에 무엇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물었다. 소유를 선택한 사람은 34%, 경험을 선택한 사람은 57%였다. 나머지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소유는 당장 행복감을 줄 수 있으나 오래가지 않는다. 소유한 물건은 얼마 못 가 분실할 수도 있고 고장이 나며, 금세 구식이 된다. 그러나 경험은 우리의 마음속에 남기 때문에 분실과 고장의 염려가 없으며, 구식이 되지도 않는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르멘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입니다. 행복은 대상이 아니라 능력입니다.” 무엇을 소유한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무슨 활동이든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행복은 우리의 외부에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계발할 수 있는 우리 내면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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