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권 보장 vs 저조한 참여율, 수업 대체 학술제의 딜레마
수업권 보장 vs 저조한 참여율, 수업 대체 학술제의 딜레마
  • 설태인·이상은 기자
  • 승인 2016.11.22 11:46
  • 호수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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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역량 증진 위해 필요, 학생들의 관심사 반영해야

커뮤니케이션학부를 복수전공 중인 A(경영·3) 씨는 지난 9일 교수로부터 “다음 주 수업은 커뮤니케이션학부 학술제 ‘광장’에 참석하는 것으로 대체하겠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학술제의 취지나 프로그램 내용에 관해선 설명 듣지 못했다. A씨는 “다른 수업이 있는 학생들은 수업을 빠지고 학술제에 참가해야 하냐”고 질문했지만 “자세한 것은 학술제 주최 측에게 문의하라”는 대답뿐이었다.

이어 지난 10일 ‘단국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수업 대체 학술제에 관한 제보 4건이 연달아 올라왔다. 제보자들은 “16일에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학부 전공 수업은 모두 학술제 참석으로 대체한다고 통보받았다”며 “온종일 참여해야 하는지, 강의가 있는 시간 동안만 참여하면 되는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학술제 내용과 일정에 대한 홍보와 공지가 부족하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수업 대체 학술제를 진행한 것은 상담학과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6일 열린 상담학과 학술제 ‘소통과 화합’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상담학과를 복수전공 중인 B씨는 “수업료를 낸 입장에서 금전적인 손해라고 생각한다. 타과의 학술제까지 참여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술제를 주최하는 학생들은 저조한 참여율을 극복하기 위해 수업 대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광장 주최 측은 “학생과 교수가 함께 학술제에 참여하는 학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수업 대체로 학술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과생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아쉽다. 다음 학술제에서는 이를 보완해 학생들이 학술제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20분부터 5시까지 진행된 광장의 언론제에는 17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교수들은 학술제를 수업 대체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현실(상담) 교수는 “주전공·복수전공과 상관없이 전공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라면 전공심화 활동인 학술제에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또한 “학술제는 역사적 의미가 크며 수업과 관련 없는 행사가 아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수업 대체를 하지 않는다면 학술제를 이끌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업 대체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정도로 학술제 불참 현상은 만연하다. 지난달 27일 열린 철학과 학술제 ‘단국 목요 아무거나 철학광장’에는 발표자를 포함해 20여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철학광장을 주최한 이태경(철학·3) 씨는 “1학기에 비해 과 생활을 하는 사람이 적어지고, 학기마다 3번씩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참여율이 낮아진 것 같다. 학생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기 위해 학술제의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철학과는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오는 24일 학술제에서 발표뿐 아니라 시 낭송, 연극 등 학생들의 재능을 선보이는 자리를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학술제는 강의실에선 얻을 수 없는 전공과 관련한 심화 지식과 기술, 그리고 진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학문적 역량을 증진하기 위해 꼭 필요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학술제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선 학생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주제와 관련된 기획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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