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 기자 <7> 『보통의 존재』
책읽어주는 기자 <7> 『보통의 존재』
  • 이영선 기자
  • 승인 2016.11.22 16:18
  • 호수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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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잖아

책의 저자는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 이석원이다. 그는 이 책 ‘보통의 존재’로 작가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는데, 책이 출판되기 전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그가 탄식하듯 써내려간 글 속에는 그의 가족과 친구, 사랑, 희망, 꿈이 담겨있다. 투철한 자기이해를 통해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닌 보통의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이석원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다. 하지만 그만큼 끊임없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갈망한다.

사랑하자는 건 헤어지자는 거지. 안 그래? 너와 내가 사랑만 안하면 평생을 볼 수 있는데 뭣 때문에 사랑을 해서 일이 년밖에 안 봐야 돼? 나는 그게 납득이 안가. 나는 그래서 너의 프로포즈가 이해가 안가. (p.311)

사랑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이석원은 몇 번의 연애와 이별을 겪고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맞이하며 사랑을 비관하게 됐다. 사랑은 영원할 수 없다고 믿고 결혼은 생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제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못해도 누군가는 잘 사는 사람이 있겠지’라며 일말의 기대는 놓지 못한다. 그뿐인가 그는 ‘손잡기’가 잠시 잠깐 만난 사이에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온전한 마음의 표현이라 일컫는 순수한 면도 지니고 있다.

죽은 이후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생을 마친 후 나의 생을 장식했던 모든 출연진들이 나타나 축하의 꽃다발과 함께 박수를 치며 나를 격려하는 그런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웃으며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 “모든 게 쇼였어.” (p.338)

믿고 싶지 않은 거다. 절망적이었고 모순됐고 불합리했고 잔인했던 수많은 일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것이다. 그의 가정은 늘 불안했다. 가족 중 4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고 3명이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을 정도. 그는 그렇게 자신이 겪어온 많은 불안과 고통을 음악으로, 책으로 승화시켰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예술가의 삶엔 고난과 역경이 필수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에 감사해 하기도 한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겐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책의 내용은 무겁고 세상에 냉소적이라 읽고 있자면 감정이 저기 아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라앉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가라앉을 곳 없는 감정은 저자가 읊조리듯 말하는 위로에 조금씩 떠오른다. 당신의 힘든 오늘이 연극이었길 바라며 “힘내!”라는 말보다 ‘함께 힘든’ 자의 위로가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보통의 존재의 보통의 이야기를.


<이 도서는 우리 대학 추천도서목록에서 선정함.>

저  자  이석원
책이름  보통의 존재
출판사  달
출판일  2009. 11. 4.
페이지  380쪽

이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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