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당신에게
  • 승인 2016.11.22 16:43
  • 호수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의 가르침, 오늘날 더 큰 의미로 다가오다

 


◇ 오늘날까지 신문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당신에게 띄웁니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편집을 가르쳐 줄 때 당신은 지면을 밥상으로 생각하라고 하셨지요. ‘잘 요리된 음식들을 먹기 좋게 차리는 게 너의 일이다.’ 간단하지만, 뇌리에 뚜렷하게 박힌 그 설명은 아직까지 편집을 짤 때 제일 먼저 되새기는 말이 됐습니다. 편집 교육 마지막 날 강조하신 질서, 절제, 화합 이 세 가지 정신은 오늘날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그때는 잘 몰랐으나, 신문사를 이끌어 오면서 가장 지키기 어려웠던, 하지만 신문사를 이끌어 가는 데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기에 강조하셨던 거겠지요. 저 또한 지금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밤 당신이 전달한 인수·인계 자료들을 다시 읽었습니다. 개편회의 준비 과정부터 하나하나 꼼꼼히 써내려간 종이에는 당신의 시행착오까지 서슴없이 드러내며 후임자의 고생을 덜어주려 하는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지난 편집장 시절 쌓아온 내공을 빠짐없이 전달하기 위해 인계 문서 글자 사이 사에도 빼곡히 글자를 추가하셨지요. 당시에는 숨 막히게만 다가왔던 문서들이 지금 와서 보니 신문을 제작하는 데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해준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보내주신 쪽지 잘 받았습니다. 아마 당신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자들이 언제 가장 지치는지, 지칠 때 가장 힘이 되는 말이 무엇인지. 짧은 쪽지였지만 그 속에는 격려와 응원이 어느 편지보다 더 알차게 들어있었습니다. 격려로 다가온 쪽지는 격려를 넘어 또 하나의 가르침으로 남았습니다. 선임자가 후임자를 격려하는 방법에 대해 당신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
 

처음 편집 교육을 받을 당시 받았던 당신들의 가르침은 신문을 7번 낸 오늘,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당신이 존경하는 신영복 선생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어차피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이기도 합니다. 이 배우고 가르치는 이른바 사제의 연쇄를 더듬어 확인하는 일이 곧 자신을 정확하게 통찰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는 곧 나 자신을 좀 더 정확하게 통찰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한 당신들의 가르침은 오늘날 이 자리에 있는 내가 행운아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번 깨달음이 남은 호에 더 열심히 임하는, 당신들에게 긍정적인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계기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彬>

彬
다른기사 보기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