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12. 어린이집 CCTV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신뢰하는 환경 구축 필요 이상은 기자l승인2016.11.22l수정2016.11.22 17:23l141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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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KBS 뉴스

● [View 1] 부모
불안해서 못 살겠다. TV만 켜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아동학대 소식에 애간장이 탄다. 그것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야 할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 상상만으로 아찔하다.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아니겠지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켜 보지만 한구석에 자리한 불안함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이가 돌아오면 불안한 마음에 제일 먼저 아이의 몸을 찬찬히 살핀다. “왜 그래, 엄마~”하며 배시시 웃어 보이는 아이, 내심 다행이다. 온종일 노심초사했는데 겨우 한숨 덜었다. 우리 아이가 눈 밖에 날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이랑 싸우면 안 된다며 몇 번이나 새끼 손가락을 걸었는지 모른다.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과 노는 걸 제일 좋아하던 금쪽같은 내 새끼가 점점 투정이 늘어난다. 오늘만 어린이집에 안가면 안 되냐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우리 애가 아침에 눈물을 흘리면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대요. 당신네들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머님, 그게 아니라요…. 아이와 같이 내원해서 상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상담? 필요 없어. 우리 애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고소할 줄 알아!”


그래, 믿을 구석은 CCTV밖에 없다. 지난주 아이의 가방에 들어있던 CCTV 설치 안내문. 정부와 지자체에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CCTV 설치비용을 지원하겠단다. CCTV가 있던 어린이집에서도 아동폭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없으면 오죽할까. 교사의 사생활보다 우리 아이의 안전이 우선이다.

 

● [View 2] 어린이집 선생님
하루가 멀다 하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내 마음 또한 울린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콩밥 먹고 싶지 않으면 당장 CCTV 설치해!” 학부모의 명령 아닌 명령이 말문을 가로막는다.


지금까지 교사로서 신념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오히려 배 아파 낳은 내 아이에게 더 소홀할 정도로 어린이집 원생들을 마치 내 자식처럼 가르쳤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면 혼내기도 하고, 가벼운 훈육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 학부모한테서 면담 신청이 들어왔다. 아이가 선생님이 자신을 때렸다고 말한 것 때문이었다. 맹세코 나는 아이들을 때린 적도, 때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친구와 싸워서 “반성 의자에 가서 앉으세요”라고 말한 것뿐이었다. 아이들은 전달능력이 부족해 자신에게 유리한대로 말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이다.


차라리 CCTV라도 있었으면 내가 때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반면, 내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지는 아닐까 걱정된다. 교도소의 죄수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싶다.


진짜 문제는 어린이집의 열악한 환경이다. 교구를 제작하고 일지를 쓰다 보면 점심은 건너뛰기 일쑤. 정작 필요한 것은 복지 개선인데 정부는 본질이 무엇인지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던 아이들
지난해 1월 온 국민이 분노에 사로잡혔다.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원생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된 것. 해당 어린이집은 즉시 운영정지 처분을 통보받고 시설 폐쇄명령이 내려졌다. ‘2015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1만1천715건의 아동학대 사건 중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발생한 사례는 각각 432건(3.7%), 207건(1.8%)이다.


지난해 4월에는 국회에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가결 처리함에 따라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카메라는 130만 화소 이상의 화질을 지녀야 하고 촬영된 영상은 최소 60일 동안 저장해야 한다. 촬영된 CCTV 영상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열람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어린이집 운영자는 보호자가 자녀 또는 보호 아동의 안전을 확인할 목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공공기관이 범죄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CCTV 열람 요청에 응해야 한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CCTV 설치나 처벌 방침에만 집중하는 정부를 지적한다. 교사 대 아동 비율 낮추기, 복수 담임제, 교사 근무조건 개선 등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는 데 재정을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CCTV는 아동학대의 궁극적인 해결수단이 될 수 없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고자 11월 19일을 ‘아동학대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우수한 교사 인력을 양성하고 학부모는 그런 교사를 믿고 맡기는, 그 무엇보다도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상은 기자  3215318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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