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8. 인권 상담 및 진정
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8. 인권 상담 및 진정
  • 단대신문
  • 승인 2016.12.06 02:38
  • 호수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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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를 보는 회의적인 시각
▲ 출처: 한국인권신문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지금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 대학생과 어머니가 도움을 받기 위해 여러분을 찾아 왔습니다. 학생의 아버지는 15년 가까이 반도체 업체의 생산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였습니다. 어느 날 심한 두통과 고열로 병원을 찾았다가 혈액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는 투병을 시작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유가족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중금속에 장기간 노출되어 병에 걸렸고, 결국 사망까지 이르게 됐다고 합니다. 그들은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인권단체를 찾아왔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조언을 했을까요? 먼저, 산재로 처리해 피해 보상을 받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보상금을 신청했다가 이미 거절을 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복지공단에서는 업무와 질병 발병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럼, 회사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라고 조언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 모녀는 이미 여러 차례 변호사를 수소문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사인을 정확히 밝히는 것도 힘들고, 작업장이 중금속이나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는지 입증하는 것은 전문가도 어렵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비슷한 사례로 대법원이 유족들의 소송을 기각한 판례가 있어 소송은 시간과 비용 낭비라는 것이 변호사들의 입장이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보상은 차치하더라도, 공장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것이 유가족의 바람이었습니다.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 유가족들은 아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민원신청을 할지도 모릅니다. 

알다시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인권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기구입니다. 설립 목적에 따라 인권 침해 사례가 접수되면, 위원회는 현장 방문 등의 조사 및 위반사항에 대한 권고, 긴급구제 조치 등을 수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위의 사례와 같은 민원이 제기됐을 때 두 모녀나 다른 피해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지 이미 15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헌법으로 보장된 독립 국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기관이나 정치, 경제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세계인권기구연합(ICC)으로부터 3번이나 ‘등급심사 보류’라는 불명예스러운 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ICC는 인권위 위원들의 선출 과정의 투명성과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이 자의적으로 임명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비록 최근 세계인권기구연합으로부터 다시 최우수 등급인 A등급 심사를 받았지만, 인권침해를 당한 국민이 아무런 제약 없이 찾을 수 있는 창구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오규욱 인권 칼럼니스트 kyuwoo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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