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탐구⑭ 안녕

그저, 안녕!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l승인2016.12.06l수정2016.12.06 12:15l142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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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쟈니리의 <뜨거운 안녕>

나는 ‘안녕’이란 말을 좋아한다. 만날 때나 헤어질 때 모두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딱 적당한 거리의 인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만날 때는 반갑고 정답게 “안녕”, 헤어질 때는 약간의 아쉬움을 담아서 “안녕”이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청승맞을 일도, 서운할 일도, 미련을 남길 일도 없다. “안녕”은 시작이면서 끝이고, 끝이면서 시작이기도 하므로.


대중가요에서 ‘안녕’을 소재로 하고 있는 노래들은 무수히 많다. ‘안녕’뿐만 아니라 인사말로 이루어진 노래만 헤아려 봐도 끝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 사는 일이 결국은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노래 제목에 ‘안녕’이 들어간 경우는 광복 이전에는 거의 찾을 수 없다. 광복 이후부터 노래 제목에 ‘안녕’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제목에 ‘안녕’이 들어간 초창기 히트곡으로는 쟈니리의 <뜨거운 안녕>을 들 수 있다.


1966년에 발표된 쟈니리의 <뜨거운 안녕>은 발매되자마자 35만장이 팔려나갈 정도로 1960년대 베스트셀러였다. 1967년에는 동명의 영화 ‘뜨거운 안녕’(김시현 감독)이 개봉됐는데, 당시 광고에는 ‘액션 영화에 빛을 남길 전무후무(前無後無)의 스릴과 사랑의 청춘 드라마’라 적혀 있다. 쟈니리의 대표곡이자 오늘날까지 장년층의 애창곡 중 하나인 <뜨거운 안녕>은 최근까지도 TV의 여러 경연 프로그램에서 재해석돼 불리면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제목에 ‘안녕’이 들어가는 1960년대 대표적인 노래로는 <뜨거운 안녕> 외에도 손시향의 <사랑이여 안녕>과 이미자의 <서울이여 안녕>을 들 수 있다.


쟈니리의 <뜨거운 안녕>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서 하는 “안녕”이라면, 1973년, 장미화의 첫 독집 음반에 실려 있는 <안녕하세요>는 못 만날 줄 알았던 누군가를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노래에 해당한다. 밝고 명랑한 리듬에 장미화의 허스키한 음색과 열정적인 율동이 어우러진 이 노래는 당시에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1970년대라는 다소 어두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안녕하세요>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을 전해주기도 했다.


1980년대를 연 대표적인 노래로는 1980년에 발매된 김태화의 첫 독집 음반에 수록된 <안녕>을 들 수 있다. 음반에는 이경애 작사, 김이환 작곡으로 적혀 있으나, 사실은 이장희가 작사하고 작곡한 노래로 김태화의 절창에 해당한다. 록발라드에 해당하는 <안녕>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절절하게 그리고 있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가사의 내용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이다.


“안녕”은 헤어질 때도 하고 만날 때도 하는데, 노래에서도 두 가지 모습이 모두 나타난다. 가요가 풍성했던 1980년대 대중가요에서도 이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따뜻한 감성으로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푸른 하늘의 <슬픈 안녕>(1989)이 있고, 1985년 어린이날 특집극 ‘바다의 노래’에서 처음 선보인 후 산울림의 정규 음반 11집(1987)에 실린 <안녕>이 있다. 이승철의 솔로 앨범 1집에 수록된 <안녕이라고 말하지마>(1989)는 이별을 말하려는 상대에게 “우린 아직 이별이 뭔지 모른다”며, 상대에게 “안녕이라고 말하지”말라고 부탁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밖에도 우순실의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1988), 장덕의 <너에게 안녕을 고할 때>(1988), 김광석의 <안녕 친구여>(1989), 신승훈의 <그대여 안녕>(1990), 박혜경의 <안녕>(2003), 토이의 <뜨거운 안녕>(2007), 싸이의 <뜨거운 안녕>(feat. 성시경)(2012), 하비누아주의 <안녕>(2012) 등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악동뮤지션의 <안녕>(2014)과 러블리즈의 <안녕(Hi~)>(2015)도 나왔다.


이러한 노래 속의 ‘안녕’은 모두 똑같이 ‘안녕’이지만 노래에 따라 다양한 ‘안녕’으로 존재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는가 하면, 연인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안녕”이라고도 한다. 연인, 친구, 그리고 부모 등에게 안녕을 고하는가 하면, 서울이나 슬픔처럼 사람이 아닌 것에 안녕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안녕을 말하는가 하면, 안녕을 말하는 상대에게 안녕을 말하지 말라고도 한다. 이처럼 안녕은 참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안녕”을 말할 때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대중가요탐구’는 단대신문을 통해 단대인과 함께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었을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을지 나는 알지 못한다. 때로 이런저런 일에 치여, 마감일에 쫓겨 힘들게 글을 짜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건대, ‘대중가요탐구’를 쓰는 시간은 조금 괴롭고 많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대중가요로 단대인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제 단대신문 종간호이고, 2016년도 끝자락에 와 있다. 모든 것이 끝나가지만 다시 새날은 올지니, 그러므로 가볍게 “안녕”이다. 처음 만날 때처럼, 그저 “안녕”이다. “안녕!”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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