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안락사
  • 김아람 기자
  • 승인 2016.12.06 12:43
  • 호수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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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13 :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논하다
▲ 출처: faithbook.tistory.com/59

● [View 1] 말기 암 환자
폐암 4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가망 없는 연명치료, 진통제에만 의존하는 삶에서 더는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병간호에만 매달리는 가족들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고통스럽다. 이 지옥 같은 고통의 유일한 탈출구는 죽음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암 치료에 드는 1년 평균 비용은 약 3천만원. 심지어 마지막 한 달은 1년 치료비의 약 36.3%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출한다. 그러나 폐암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인 데다가,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고작 1% 내외에 불과하다. 실낱같은 희망에 의지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혹자는 안락사가 살인이나 자살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락사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타인에 의해 이뤄지는 살해 행위와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살은 대체로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되며, 격리된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진행된다. 하지만 합법화된 안락사는 가족과 전문가의 협의와 도움으로 여러 조건을 숙고한 끝에 이뤄지는 온건하고 평온한 죽음이다. 그리고 진정제, 근육이완제, 모르핀처럼 의료계에서 사용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헌법 제10조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그리고 자기운명결정권을 가진 인격체로서 존엄한 죽음을 맞고 싶다.

● [View 2] 말기 암 환자의 가족
아들이 저런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안락사라니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아들은 가족들이 자신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지는 것이 가장 죄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적 취약을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면 충분히 살릴 수도 있는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

아들은 안락사가 자살과 살인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는 조력자살이 맞다. 환자의 의지였다고 해도 의사는 환자를 본인 손으로 죽인 것이니 결국 살인과 진배없지 않은가. 전문가와 협의를 거친 죽음이라지만, 오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나? 한순간의 판단에 목숨을 담보로 걸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생할 희망 없이 고통받는 환자를 구원하려고 시작한 일이 나중엔 귀찮고 쓸모없는 인간을 제거하는 일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매매를 목적으로 악용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생명권은 모든 권리의 시작이다. 나는 끝까지 내 아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아름답게 죽을 권리
‘안락사’란 죽음이 임박한 중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단축해 사망하게 하는 것이다. △소극적 안락사 △간접 안락사 △적극적 안락사 △자비적 안락사 △존엄적 안락사 △토대적 안락사 등이 있는데, 여기선 존엄적 안락사(이하 존엄사)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국내에서 존엄사는 1997년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를 퇴원시킨 부인과 의사가 살인 방조죄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보라매병원 사건’을 계기로 부상했다. 이후 생명 존중이라는 철학 아래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료인의 환자 생명 보호 의무가 팽팽히 맞섰다. 2009년엔 ‘김 할머니 사건’을 통해 대법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를 허가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일명 ‘웰다잉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는 약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18년부터 시행될 방침이다.

법에 따르면 환자와 가족의 동의하에 심한 고통을 주는 병이나 불치병(암, 에이즈 등)에 대해 영양 공급·약물 투여를 중단할 수 있다. 중단 가능한 의료연명 행위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이다. 다만 직접 약물 등을 주사해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하지 않는다.

웰다잉법을 시작으로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는 존엄사 문화가 국내에 정착할 수 있을까. 일각에선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2년의 유예기간 동안 범국가적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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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ingU_ara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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